부산 동래구에 사는 50대 A씨는 필라테스 개인 강습 30회, 그룹 강습 40회를 신청하면서 업체에 191만9000원을 냈다. 이후 A 씨가 개인 사정으로 계약 해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위약금을 선결제해야 한다”며 82만3500원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업체는 본사 미승인을 이유로 환불을 미루다가 갑작스럽게 폐업했다.

지난 5월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소비자단체-헬스장·필라테스 사업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최근 지역에 본사를 둔 대형 필라테스 업체의 일방적 휴·폐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헬스장·필라테스·요가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총 1만1806건이다. 이 가운데 부산지역에서는 641건이 접수됐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20년 18.8%(171건) ▷2021년 -1.8%(168건) ▷2022년 24.4%(209건) ▷올해 5월까지 12%(93건) 등의 증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체육시설 영업 제한 영향을 받았던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10~2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부산지역 소비자 피해 연령은 20, 30대가 80%(513건)로 압도적이었다. 품목별로는 헬스장이 78.2%(501건)로 가장 많았고, 필라테스 20%(128건), 요가 1.9%(12건)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계약 관련 피해가 95.4%(611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소비자가 중도 계약 해지를 요구할 때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환급금 관련 분쟁이다. 환급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계약 당시 행사가·할인가를 적용할 것인지, 사업자가 약관으로 제시한 정상가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다툼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 피해 구제 신청 641건 중 약관을 확인할 수 있는 210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부당 약관은 ‘계약 해지 및 환급 거부·제한’이 61.9%(130곳)로 가장 많았다. ▷양도 및 명의 변경 거부·제한(21%·44곳) ▷신용카드 수수료 소비자 부담(18.1%·38곳)이 뒤를 이었다.

업체가 문을 닫은 후 소비자와 연락이 끊기는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부산에 본사를 둔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업체가 경영난으로 휴·폐업하면서 소비자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업체는 영업을 중지하기 직전까지 이벤트를 통해 새 회원을 모집하고, 기존 회원의 추가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까지 이 업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만 91건으로, 현재 부산 동래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5월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 한국소비자원 부산울산경남지원 등 관계 기관과 ‘헬스장·필라테스 소비자 분쟁 및 가격 표시제 정착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체육시설업의 이용 요금, 환급 기준 표시 및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에게 환급 규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당 약관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시 신창호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장기간 계약은 해지 때 위약금 분쟁, 환불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3개월 이상 계약할 때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하고, 계약 기간과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