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증가율의 절반 수준 감소
- 국세 33조1000억 줄어들 전망
- 23조 규모 지출 구조조정 단행
- 약자복지·양질 일자리 투자 방침
- 연구개발·교육 분야 등은 삭감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의 핵심은 역대 가장 강력한 ‘허리띠 졸라매기’로 요약된다. 유례없는 세수 결손에 타당성과 효과성 없는 사업 예산을 단호히 폐지·삭감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라살림 적자 내년 92조 원
내년 총지출 규모는 656조9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올해(638조7000억 원)보다 불과 2.8% 늘었다. 역대 최저치이자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한 올해 증가율(2022년 대비 5.1%)보다도 현저히 낮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여건이 어려운데 나라살림을 방만하게 운용하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게 되고 미래 세대에 과중한 빚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별도로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국세는 367조4000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세입 예산)됐다. 이는 올해(400조5000억 원)보다 33조1000억 원(8.3%) 줄어든 것이다. 세수 부족 사태가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의미다.
특히 정부는 이날 연도별 총지출 증가율을 ▷2025년 4.2% ▷2026년 3.9% ▷2027년 3.6%로 제시했다. 역대 최저인 내년 증가율(2.8%)보다 높지만 올해(5.1%)와 비교하면 모두 낮다. 세수 부족 사태뿐 아니라 허리띠 조이기도 집권 내내 이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27년까지 50%대 중반을 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은 50.4%(올해 기준)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2025년부터 GDP의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20조 원대 지출 구조조정
정부는 내년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올해(24조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 사업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23조 원은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 등에 투자한다. 정부는 ▷약자 복지 강화 ▷미래 준비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 기능 수행을 내년 예산의 4대 중점 투자 분야로 정했다.
내년 지출 계획을 12대 주요 분야별로 보면 규모가 가장 큰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 226조 원에서 내년 242조9000억 원으로 7.5% 늘어난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1.5%) ▷환경(2.5%) ▷산업·중소기업·에너지(4.9%) ▷사회간접자본(SOC·4.6%) ▷농림·수산·식품(4.1%) ▷국방(4.5%) ▷외교·통일(19.5%) ▷공공질서·안전(6.1%) 분야 예산도 증액됐다.
특히 SOC 예산은 올해 10.7% 줄었으나 내년에는 4% 넘게 늘어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를 놓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직접 지시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 원에서 내년 25조9000억 원으로 16.6%나 감액됐다. 12대 분야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교육 예산도 96조3000억 원에서 89조7000억 원으로 6.9% 깎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