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동래구를 시작으로 부산 지자체와 교육청 금고 유치전에 본격 돌입했다. 일단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쏜 동래구금고에는 부산은행이 단독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앞으로 시금고 유치 등에는 또 다른 판세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 국제신문 DB

12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래구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7일까지 금고 지정 신청 공고를 진행했다. 공모 결과 주금고에는 BNK부산은행, 부금고에는 NH농협은행이 각각 단독 입찰했다. 두 은행 모두 현재 동래구 주·부금고를 담당한다. 동래구금고 지정 및 운영규칙상 단독 입찰이면 재공고를 한다. 이에 동래구는 지난 8일 금고 지정 재신청 공고를 올렸고 오는 14~15일 신청서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시중은행이 구금고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한다. 구금고는 예산 규모가 시금고와 비교해 크지 않고, 지역에 지점 수도 많지 않아서다. 시의 예산은 15조3277억 원가량인데 동래구는 5478억 원에 그친다.

2차 공고에서 추가 입찰이 없다면 다음 달 초께 동래구는 금고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 이후 단독 입찰사 평가를 거쳐 다음 달 말께 결과를 공시하고 오는 11월 구체적 계약 체결 조건을 조율한다. 새로 지정된 금고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업무를 한다.

동래구를 비롯해 앞으로 부산 지자체 금고 계약이 줄줄이 만료된다. 올해는 금정·연제구가 새로운 금고지기를 찾아야 한다. 내년에는 시·교육청 금고를 포함한 10곳의 계약이 끝난다. 2025년에는 사하·영도·강서구 3곳, 2026년에는 기장군과 동구 2곳이 금고를 맡을 새 은행을 찾는다.

구금고와 달리 시금고 유치전은 벌써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주금고 역할을 하는 부산은행은 홍보팀 인원을 증원해 지역과 소통을 늘리고,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산업은행과 함께하는 부산형 혁신창업타운 조성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에 총력을 다한다. 부금고인 KB국민은행도 엑스포 유치 지원을 계기로 지역사회 공헌을 늘린다. 하나은행은 최근 경영진이 지역 거래처 대표들과 모임을 하는 등 부산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금고를 두고 시중은행이 주금고보다 부금고에 관심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은 지방은행이 강세인 지역이고, 부산은행의 지역 저변이 탄탄한 만큼 주금고보다 부금고에 선정될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가 되면 시금고 유치전을 둘러싼 각 은행의 전략이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고를 담당하면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 세출 등 출납 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직원을 상대로도 영업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이라는 상징성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