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이 신고된 데 이어 최근에는 소 럼피스킨병까지 확인됐다. 특히 소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발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고병원성 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럼피스킨병 등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5월 10일에서 18일 사이에 국내 농장에서는 구제역 감염 사례가 11건 신고됐다. 이 전염병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동물의 입과 혀 등에 물집이 생기고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난다. 증세가 심하면 폐사에까지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지난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소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젖소 농가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제역 발생은 축산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한우 수출 활성화 등을 위해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WOAH 회의를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 구제역이 발생해 청정국 지위 획득에 실패했다. 청정국이 되려면 최소 2년간 구제역이 확인되지 않아야 한다.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례는 9건이었다. 이 전염병은 2020년 2건에 그쳤으나 이후에는 2021년 5건, 2022년 6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올해에는 10월까지의 발생 건수가 벌써 예년 수준을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농식품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으로 구성된 5개 조직을 편성해 오는 31일까지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소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생긴 것도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의 한 한우농장에서 첫 신고가 된 이래 충남 당진시, 경기 평택시까지 확산됐다.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소가 감염되는 질병으로, 고열과 지름 2~5㎝의 피부 결절(또는 단단한 혹)이 생긴다. 이밖에 동절기에 늘 발생하는 고병원성 AI도 정부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감염 동물에 대한 살처분 등 신속한 방역 조치로 확산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