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에서 의류가 차지한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늦더위에 따른 가을옷 수요 감소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문DB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지출은 가구의 전체 지출액 중 사회보험료와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이다. 실질적인 ‘생활비’로 볼 수 있다.

소비지출 중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6% 감소한 11만4000원을 기록했다. 290만7000원의 3.9%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비중은 역대 최저치다.

의류·신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6.0%였다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4.4%, 5.4%로 줄어든 뒤 올해 3분기 3%대로 내려왔다. 과거 2014~2016년에는 7~8%대에 달했다.

필수 소비로 꼽히는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2.6% 증가했고 식료품·비주류 음료도 0.6% 늘었다. 반면 자동차 구입(-24.8%) 주류(-2.6%) 담배(-3.2%) 등은 줄었다.

특히 의류·신발 지출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하위 20%)에서 감소율이 13.1%에 달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자 가계가 비필수재, 다시 말해 반드시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의류 지출 등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상품과 서비스 소비 가운데 상품소비가 금리에 더 민감하다”며 “고금리 영향으로 자동차, 가구, 의류 등 상품소비가 부진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도 재화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봄·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가벼운 외투 등의 옷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로 청년층 등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비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