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정부 기후위기 정책도 후퇴
- 온실가스 감축 큰 어려움 예상
- 플라스틱 줄이기 지속 논의를

미국 신정부 출범(내년 1월 20일)을 앞두고 국내 수출·산업에 이어 에너지 분야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기후위기를 부정하며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지원 중단과 화석에너지 무제한 생산 등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할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업계도 미국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소장이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연구소 본사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주 기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소장은 지난 20일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은 민주주의의 탄탄한 토대 위에서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전략 등을 합의·추진해야 가능하다”며 “하지만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각국이 희망하는 이런 절차나 담론은 사라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우리나라 에너지 체제를 기후 친화적으로, 정의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2008년 출범한 전문가 단체다.

이 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녹색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전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15년 주요 국가가 맺은) 파리협정에서 미국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전환을 지지하는 다수 국가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경제는 생태계 보전 및 순환형 사회 구축 등과 관련한 경제 또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그는 올해 우리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도 평가했다. 이 소장은 “앞으로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석탄(석탄 사용 중단·축소) 기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관련한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발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에는 2038년까지 대형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 총 4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2030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제시됐다.

이는 10차 전기본(21.6%)과 같은 수치다. 이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후퇴는 이처럼 원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정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축소 등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이달 초 부산에서 진행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국제협상’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철저히 실패한 회의”라며 “산업적인 측면에서 플라스틱 감축에 반대하는 일부 국가·기업과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해야 한다’는 다수 국가의 입장이 충돌했다. 특히 회의 주최인 대한민국 정부는 시종일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둘러싼 국가 간 이견은 차기 회의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