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간담회 등 비상시스템 차질
- 대외신인도 하락 가속화 전망도
- 내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 연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거듭된 탄핵으로 한국 경제가 또 벼랑 끝에 몰렸다. 경제사령탑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해야 하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경제정책 공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그토록 우려하는 ‘대외신인도 하락’ 등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탑승객 가족들을 만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한 권한대행은 더는 국무총리 직무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수 없게 됐다.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역할은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어받았다. 최 부총리의 공식 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이처럼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과 국무총리 직무를 대신 맡게 되면서 경제 수장으로서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최 권한대행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 개최 직전 브리핑을 열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라며 정치권에 재고를 강하게 요청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다음 달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과 내수 부진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경제사령탑의 집중력이 분산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불안에 적기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외신인도 관리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은 최상목표 비상경제 체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로서 ▷외교부처까지 아우르는 ‘대외관계장관 간담회’ ▷미국 신정부 출범에 대비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금융시장을 점검하는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 등을 가동하며 비상 시스템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 일명 ‘F4’(Finance 4) 회의를 매일 아침 주재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제시했다. 이는 그나마 시장 충격을 줄이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에 대한 업무 집중으로 F4 회의의 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주요 경제 정책의 발표 시기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애초 이번주로 계획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연기했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데 따른 결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결정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 각료, 해외 신용평가사 및 국제금융기구 수뇌부 등과의 접촉도 주로 경제부총리 몫이었다.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상황인 만큼 기존 경제부총리 역할은 상당 부분 차관급 인사가 분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