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리먼사태·조선업 불황 등
- 10년 주기로 찾아온 위기들
- 그때마다 기회 삼아 정면돌파
- 해운·조선·물류 등 인프라 탄탄
- AI·친환경 기술혁신 서둘러야
- 교통·주거비 강점을 무기 삼아
- 도시 글로벌 경쟁력도 높여야
부산을 대표하는 친환경 설비 전문업체인 파나시아 이수태(69) 회장은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지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이 회장은 지역 과학기술 생태계 활성화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먼저 선(先)’ 자로 상징되는 선견과 선수, 선제와 선점의 ‘사선(四先) 경영’을 철학으로 각종 고난과 위기를 돌파했다. 그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부산 경제의 희망을 얘기했다.
-지금 지역경제 상황을 한마디 혹은 한 줄로 표현하실 수 있는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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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친환경 설비 전문업체인 파나시아 이수태 회장은 올해 부산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도약의 기회가 열린 전환점에 서 있는 시기다.
-현 지역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부산은 현재 경제적 전환점에 놓여 있다. 젊은 인재 유출과 도시 경쟁력 약화, 경쟁력 있는 일자리 부족 등으로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으며, 이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될 만큼 삶의 질이 높고, 교통과 주거비에서 강점이 있어 이러한 반작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현재 부산 경제는 산업 구조 변화와 기술 혁신이 부족하다. 해운 조선 물류 산업 중심의 기존 경제산업 구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과 해양 산업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을 결합한 AX시대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신성장 산업으로의 전환도 지연되고 있다. 항만과 해운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미래 시장 변화에 적합하지 않으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부산은 해운과 물류의 허브로서, MICE 산업과 해양 플랜트,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도시다. 이를 활용해 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가야 한다.
-파나시아 역시 위기 혹은 부침의 상황을 여러 차례 맞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파나시아도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주기로 큰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비대칭 전략’을 활용해 오히려 더욱 과감한 투자들을 해왔던 것 같다. 먼저 1987년 현대중공업에서 퇴사한 뒤 1989년 파나시아의 전신인 범아정밀 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선박수위계측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창업 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파나시아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조선만 믿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그때 주목한 키워드가 ‘환경’이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동향을 눈여겨 보다가 친환경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시제품을 만들어 전시회 등 영업 일선에서 밤낮으로 일을 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를 팔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던 시기에 소문이 났던지 현대중공업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환경 설비를 제조하고 있는데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제의였다.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상용화를 위한 본격 개발에 착수해 3년 만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조선업 불황 여파로 2016년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약 30%의 직원을 떠나보내야 했던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한 가족처럼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던 직원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아직까지도 가슴 속에는 큰 아픔으로 남아있으며, 미안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한 뼈를 깎는 고통 가운데서도 비대칭 전략을 구사했다. 적자 속에서 꾸준히 투자를 한 결과 순수 자체 기술로 선박용 탈황저감장치인 ‘SOx 스크러버’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고 2017년에는 역사적인 첫 수주를 했다. 이 프로젝트가 기폭제가 되어 2018년부터 국내외 조선소 및 선주사로부터 폭발적인 수주를 하게 됐다. 세계적인 해운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Clarkson Research)에서 2018년 11월부터 1년 이상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했으며, 현재까지도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기회를 찾으며 투자한 결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어떻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나.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면 파나시아 DNA 속에는 거의 10년 주기로 위기 속에 항상 기회를 찾아 나간 것 같다. 소위 말하면 잘 나갈 때 벌어놨던 캐시카우를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다음 시장을 분석해 남들보다 한 발 더 먼저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오늘의 파나시아를 키웠다. 현재도 에너지대전환 시대에 맞춰 차세대 탄소중립 기후테크산업에 집중, 신성장동력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아주 희망적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한국조선산업 호황 속에서도 후발주자인 중국기자재산업의 급격한 추격전에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업체가 많다. 그럴수록 방심하지 말고 더욱더 초격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현재는 조선시장 외에 육상플랜트 친환경 시장으로 다각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강철왕인 카네기의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말이 있다. 세계적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시대에 기후테크산업 중심에 있는 파나시아는 ‘사선경영’으로 한발 앞선 최첨단 친환경 초격차기술을 개발해 다시 한번 더 밀물처럼 수주가 들어올 때가 오리라 확신하며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지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부산 경제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2030 세계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고 관광객 유치 효과도 증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과 북항 재개발이라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은 글로벌 물류 허브, 관광 중심지, AI 및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제조업의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또 스마트(Smart)와 그린(Green)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육성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
-위기를 넘기고 호시절을 맞으려면 지역 경제 주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항구도시라는 이점을 살려 차세대 LNG, 수소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블록체인 특구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해사법원 유치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부산은 해양 산업의 중심지다. 해사법원 유치를 통해 해양 산업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연관 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또 미래지향적 사고를 견지해 AI, 친환경 기술 등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와 기술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지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관련 지원과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젊은 인재 유출 방지 및 인재 육성은 결국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재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산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해양과 물류를 넘어 MICE 산업, 금융, 친환경 제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지자체·산업체·학계·언론의 협력 체계(지·산·학·언)가 중요하다. 지역 언론은 공정한 정보 제공과 여론 형성을 통해 협력 주체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시민과 기업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부산은 지금까지 변화와 혁신에 적응하며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왔다. 지금이야말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아, 글로벌 도시로 자리 잡을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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