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현대화 사업 물꼬 터 만족
- 비위생적 나무상자 퇴출 성과
- 선어 선별기 도입관련 이견 아쉬워

“6년 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살아온 세월 중 손에 꼽을 정도 였던 것 같아요. 임기 동안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아침마다 현장을 찾았습니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사장이 시장 현대화사업에 관해 말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박극제(74) 부산공동어시장 사장이 밝힌 지난 임기 동안의 소감이다. 그는 2019년 4월부터 부산공동어시장 사장으로 이곳을 운영·관리해 왔다. 오는 4월 임기가 끝난다.

195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박 사장은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공동어시장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2018년까지 부산시의회 의원, 부산 서구청장 등을 거치며 정치계에 오래 몸담았다.

걸어온 이력과는 다소 다른 업무였지만 박 사장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업무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오랜 기간 정치에 몸담다 보니 스킨십이 장점이 됐다. 오전 5시30분께 위판장으로 직접 출근한다”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어시장인데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니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의 임기 중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의 물꼬를 텄다는 것과 경매 때 비위생 지적을 받던 나무상자를 퇴출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어시장 현대화 1단계 철거공사를 시작했고, 다음 달 철거 완료 후 오는 3월 본 공사에 돌입한다. 현재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어시장의 모든 경매에 나무상자 대신 플라스틱 상자가 사용되고 있다.

박 사장은 “부산공동어시장은 1963년 현재의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장해 1971년 서구 남부민동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시설 노후화와 비위생적인 경매 환경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현대화 사업이 물살을 탔다. 하지만 12년 간 여러 이견으로 지지부진 했다”며 “오랜 시간 표류하던 사업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보람차다. 어시장 위판장에서 나무상자의 퇴출도 개장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임기 중 극심한 인력난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선어 선별기 도입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한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2023년 12월 고등어 주 산지인 노르웨이의 한 업체로부터 고등어 크기를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선어 선별기’를 구입했지만 수개월째 방치됐다. 이전 방식인 소형(약 20kg) 상자 경매가 아니라 대형 상자에 담아 파는 ‘통경매’ 방식이어서 선사들이 이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는 “부임 초에는 생선을 분류하는 부녀반이 하루 1000명가량 일했다면 지금은 계속 줄어 600명 수준이다. 대부분 고령이라 오래 일할 수도 없다”며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는데 이해관계가 달라 다소 아쉬웠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3단계로 나눠 현대화 사업이 진행된다. 공사 중 대체 위판장 마련과 위판 물량 문제 등을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며 “부산시와 원만히 조율해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공동어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명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위판장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고도 볼 수 있죠. 하루 10만 상자, 많게는 20만 상자도 처리합니다. 앞으로도 국내 수산물의 메카이자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