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금융중심지가 지정 15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경쟁력은 퇴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금이라도 2개 금융중심지 발전 정책을 재정립해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부산 문현금융단지 내 BIFC 전경. 국제신문 DB

12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2개의 금융중심지, 그 발전 정책의 재정립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서울과 부산 모두 금융중심지로서 불안정하고 정체된 경쟁력을 나타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측정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순위에서 서울은 금융중심지 지정 당시인 2009년 35위에서 2012년 6위까지 상승했다. 이후 2015년까지 연속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이후 2019년 36위까지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연속 11위였다. 20위권 중후반대였던 부산은 2017년 70위까지 하락했다가 2024년에는 다시 25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경쟁 도시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3, 4위를 꾸준히 유지하지만, 서울과 부산은 금융경쟁력이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중심지 정책의 목표인 외국계 금융사 집적도 정체됐다. 지난해 9월 기준 외국계 금융사 국내 진입은 166개 사로 지난 10년 간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주요 외국계 금융사는 국내에서 철수했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JP모건 맥쿼리 씨티은행 등이 한국 본사를 없앴다. 부산에 본사를 뒀던 일본 야마구치은행도 지난해 6월 한국 진출 38년 만에 철수했다. 현재 부산에는 외국계 금융사 본사가 전무하다.

전국 대비 서울과 부산이 차지하는 금융산업 비중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금융중심지 지정 이전인 2008년과 이후인 2022년 금융보험업 부문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대비 비중을 보면 서울은 46.2%에서 49.2%로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산은 5.9%에서 5.1%로 오히려 줄었다.

보고서는 금융중심지 발전을 막는 요인으로 정부의 정책 의지 부족을 꼽았다. 지정 당시 서울을 종합, 부산을 특화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구체적인 계획이나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엄격한 규제 환경 ▷매력적이지 않은 정주 환경 ▷유명무실한 지원제도 등도 제한 요인으로 거론했다.

특히 금융중심지법 제12조2 제1항은 사문화된 상황이다. 이는 서울시와 부산시가 국내외 금융기관 등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관련 조항 시행이후인 2012년부터 서울시가 자금은 지원한 것은 연 평균 5000만 원 수준에 불과했고, 부산은 2023년까지 자금을 지원한 사례가 없다. 보고서는 “서울과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고 15년이 지났지만, 정책 효과는 아직도 불분명하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 시행 성과를 면밀하게 평가하고, 엄격한 국내외 여건 진단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 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