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활주로에서 최근 5년 동안 항공기 이륙과 착륙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물질(FOD·Foreign Object Debris)이 642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 당국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는 항공기.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공항에서 확인된 이물질은 1만167건이었다. 공항별로는 김포공항이 4865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포항경주공항 1591건, 제주공항 824건, 원주공항 735건, 김해공항 642건 등의 순이었다. 김해공항 이물질은 종이·비닐류 359건, 포장골재류 168건, 기타 115건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활주로에 있는 이물질은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 7월 25일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이륙하던 에어프랑스 4590편이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40㎝가량의 금속 부품을 밟는 바람에 타이어와 연료탱크가 파열됐다. 이어 발생한 엔진 화재 때문에 항공기는 공항 근처에 추락했으며 승무원과 승객 109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또 2018년 7월 11일 에어 콜롬비아 HK-3293편 타이어 손상, 2019년 1월 29일 에어 인디아 AI-541편 항공기 날개 손상, 2020년 8월 26일 알리안사 콜롬비아항공 HK-2006편 타이어 손상, 2023년 4월 11일 알래스카항공 AS-1263편 기체 손상, 2023년 5월 15일 오만항공 WY-2436 기체 손상 등 해외에서는 활주로 이물질로 인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3월 5일 아시아나 화물기 HL7616편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좌측 안쪽 날개에 이물질로 인한 손상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된 바 있다. 2022년 3월 10일에는 아시아나 여객기 HL8279편이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공항 도착한 후 이물질로 인한 안테나 손상이 발견됐다. 제주항공도 2024년 12월 30일 다낭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항공기의 전 후방 타이어가 모두 손상되는 피해를 봤다. 2020년 이후 국내 항공사의 이물질 관련 사고는 아시아나항공 40건, 대한항공 28건, 제주항공 4건, 진에어 2건 등 74건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부품, 차량·장비 부품, 포장골재, 종이비닐 등의 이물질은 그나마 육안 확인이 비교적 쉽지만 나사 등은 크기가 매우 작아 발견이 힘들다는 점을 언급한다. 완벽한 제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미국 시카고공항 등에서는 활주로 이물질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천공항만 이 같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천공항은 운항 횟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지만 최근 5년간 활주로 이물질로 인한 사고 발생 건수는 119건으로 국내 공항 가운데 청주공항, 광주공항 다음으로 적었다.

박 의원은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해외 공항에서 항공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활용하는 신기술과 장비를 파악, 국내 공항에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