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물가 지속 여파로 소비자들의 장보기 패턴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까지 큰 폭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장을 보는 횟수를 줄이거나 조금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대형마트의 소비자 1인당 연간 평균 구매단가는 4만9966원으로 전년(5만95원)보다 0.3% 줄었다.

특히 월별로 보면 구매 건수·단가가 대부분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설 명절을 앞뒀던 1월과 나들이 철이 절정에 이른 4·5월,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7월, 추석 명절이 있는 9·10월, 연말 대목인 12월 모두 구매 건수와 구매단가가 동반 감소했다.

2023년 구매 건수와 구매단가가 함께 감소한 달이 불과 석 달(1·8·10월)에 그쳤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SSM의 소비자 1인당 연간 평균 구매단가는 1만7042원으로 역시 전년(1만7126원)보다 0.5% 감소했다.

고물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장보기 횟수를 줄이고 싼 것만 샀다고 볼 수 있는 통계 수치다.

이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른 것과 무관치 않은 결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을 포함한 전국의 ‘곡물’ 물가 지수는 102.63(2020년=100)으로 전년(99.34) 대비 3.3% 올랐다.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채소 물가 상승률도 8.2%에 달하며 202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일 물가 상승률(16.9%)은 200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나 SSM과 달리 백화점 소비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백화점의 1인당 구매단가는 12만6845원으로 전년(12만5037원)보다 1.4% 증가했다. 주요 유통업 가운데 유일한 증가세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소비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