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 7월부터 과세 입법예고
- 배당금 자동 재투자 사실상 금지
- 복리효과 누리던 투자자 날벼락
- 운용사, 인재 영입 등 경쟁 심화

국내 상장된 해외주식형 토탈리턴(TR)형 상장지수펀드(ETF)들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운용 금지령’을 내렸다. TR형과 프라이스리턴(PR)형이 사실상 차이가 없어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국내 ETF 업계도 연초부터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근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해외주식형 TR형 ETF의 분배 유보 범위를 조정했다. 실제 적용시기는 오는 7월부터 발생하는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매년 한 번 이상은 반드시 분배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기재부는 한국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국내주식형 TR형 ETF를 과세 대상에서 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사실상 ‘해외주식형 TR ETF 운용 금지령’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TR형은 보유 기간 중 생긴 이익을 배당이나 이자로 받지 않고,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세법 시행령에는 ETF가 지수 구성종목을 교체할 때 발생하는 이익은 분배하지 않고 유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운용사들은 이에 근거를 두고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것도 ETF 지수 종목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TR형 ETF를 굴려온 것이다. 하지만 관련 상품이 많아지고 투자금이 늘면서 기재부가 과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주식형 TR형 ETF 6종의 순자산은 6조 원이다.

배당금 재투자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복리 효과’를 누려온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더 효과적이어서 연금 가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이었는데, 하반기부터 이런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내 TR형 ETF가 예외긴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갈아탈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정부의 해외주식형 TR ETF 운용 금지령은 국내 운용사 중에서도 특히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형 TR ETF 순자산 6조 원 중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이 각각 3조6000억 원, 1조8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TR형 ETF의 차별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더는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ETF 업계의 경쟁을 한층 더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에 이은 ETF 시장 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배금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며 삼성자산운용의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CE 미국S&P500’과 ‘ACE 미국나스닥100’의 신규 매수 인증 이벤트를 진행한다.

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운용사 ETF 주요 인사가 사임하거나 경쟁사로 이직하는 일도 빈번하다. 김승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은 하나자산운용으로 이직했고, 최근에는 미래에셋운용 이경준 전략ETF운용본부장도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김정현 ETF사업본부장이 이끄는 신한자산운용은 ETF 시장 점유율 5위로, ETF 순자산이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6조 원을 넘어서며, 6위 키움운용(4조6000억 원), 7위 한화자산운용(4조3000억 원)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