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적령기에 있는 20·30대 수요자에게 과도한 지출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 등 위법 행위를 한 스·드·메(웨딩 관련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와 산후조리원 등이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연합뉴스

국세청은 11일 결혼·출산·육아 관련 업체 46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스·드·메 업체 24곳 ▷산후조리원 12곳 ▷영어유치원 10곳이다.

국세청은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에서 예비부부와 예비부모는 철저히 ‘을’이 돼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며 “하지만 관련 업계 사업자들은 그 반대급부로 높은 소득을 얻어 고가의 자산을 취득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납세 의무는 외면한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주요 사례를 보면 결혼 관련 스튜디오 업체인 A 사는 웨딩 사진 촬영 후 원본·수정본 구입비와 액자비, 장당 추가비 등 현장 추가금이 발생하면 사주의 친인척 명의 계좌 등 차명계좌로 현금 이체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수법으로 매출을 누락한 사주는 이를 100억 원 상당의 부동산 및 주식 취득자금으로 유용했다.

고급 웨딩드레스를 대여하는 B 업체는 드레스 선택을 위한 샘플 착용 비용인 ‘피팅비’는 현금으로만 받고 대여 드레스의 브랜드에 따라 차등 발생하는 추가금도 10% 할인을 제시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누락했다.

산후조리원의 경우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이용료를 받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현금영수증 미발급 조건으로 현금 할인가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후조리원은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사업자다.

실제 C 산후조리원은 상담 시 현금 할인가를 안내하는 한편, 현금으로 받은 산후조리원 입실 요금과 마사지 등 부가서비스 요금을 매출에서 누락하고 사주로부터 임차한 사업장 임차료를 시세보다 2배가량 비싸게 지급하는 등 비용을 높여 세금을 축소했다.

D 영어유치원은 수강료 외에 별도로 결제해야 하는 레벨테스트 비용, 교재비, 재료비, 방과 후 학습비를 모두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만 받아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등 부조리한 관행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조사대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금 거래를 했음에도 현금영수증을 미발급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 가산세(미발급 금액의 20%)를 철저히 부과하겠다”며 “조세범칙 행위를 적발하면 관련 법에 따른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