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대상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로 지탱하는 한국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 중 대미 의존도 50%

11일 관계부처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련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당장 다음 달 12일부터 국내 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포고문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행일은 오는 3월 12일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2018년 트럼프 1기 때부터 적용받아 온 ‘263만t 물량까지 철강제품 무관세’ 혜택이 사라짐에 따라 가뜩이나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침체를 거듭하는 국내 철강업계가 시계제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관세 쿼터 폐지는 그동안 우리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다.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대신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우회하고 미국의 철강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 등도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점도 업계의 우려를 높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효자 품목’ 자동차는 미국 의존도가 50%에 달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액(683억 달러) 가운데 대미국 자동차 수출액(347억 달러)이 차지한 비중은 50.8%에 달했다.

이는 전년(47.1%)보다 3.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대미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관세 폭탄’을 맞게 되면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가 우리나라 수출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관세 부과는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본부장 “한국 철강, 기회도 상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업계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철강협회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 수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무관세 쿼터 폐지에 따른 우리 철강 업계의 대미 수출 여건 변화와 품목별 시장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산 철강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주요 철강 수출국 경쟁조건 동일화로 기회 요인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정부는 다가오는 고위급 미국 방문 계기에 우리 업계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앞으로도 우리 업계 이익 보호를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