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특구제도 난립으로 유사·중복 지정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며 전국 산업클러스터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특히 정부는 ‘부산시 전역이 특구로 중첩 지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현안·경제관계장관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현안·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지역 특구 운영현황 및 평가’ 안건을 논의했다.

특구는 경제 발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조세 감면이나 재정 지원, 각종 규제 완화 등 예외적 권한·혜택을 주는 제도다. ‘산업클러스터’로 불린다.

기재부에 따르면 1970년 자유무역지역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지정된 전국의 특구 수는 총 243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82.5%(2010개)는 비수도권 특구다.

시·도별로는 경기에 가장 많은 316개가 있다. 이어 경남(285개) 경북(263개) 충남(262개) 등 순으로 많다. 부산에도 104개(9위)가 있다.

정부는 “그간 다양한 특구 제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했지만 유사·중복 특구 증가로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 효과가 반감되고 운영 실적이 미흡한 비활성화 특구가 다수 발생했다”며 “정책 수요가 아예 없거나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장기간 지정 사례가 없이 사실상 사문화된 특구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경제적 효과보다 지역 간 형평성에 중점을 둬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입지에 특구를 지정하는 사례도 일부 있다”며 대표적인 지역으로 부산을 거론했다.

부산시 전체 면적(770㎢)의 2.4배에 달하는 1824㎢ 부지가 특구로 지정(26종·100개 이상)된 것은 물론 최대 12개가 중첩돼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 결과다.

이에 정부는 특구 효율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부처별 소관 특구에 대한 성과평가 등을 추진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우선 검토한다. 부처 간 유사 또는 재정지원 특구에 대해서는 필요 시 심층평가 등을 거쳐 제도 정비 및 특구 간 연계를 추진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 과정을 거쳐 범부처 특구 연계 및 합리화 방안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구 재편이 이뤄지면 자칫 지역 특성에 맞는 클러스터 운영의 기본 취지가 퇴색되거나 ‘시너지 반감’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