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선 전복·충돌 등의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및 미준수 때 과태료를 대폭 올리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해상사고를 대비한 구조 활동 훈련 모습.

3일 해양수산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이는 어선 사고 때 구명조끼를 제대로 입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지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해양 사고 사망·실종자 231명 가운데 187명(81.0%)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어선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 사망·실종자 192명 중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사람은 157명으로 81.8%에 이르렀다. 또 어선에서 추락해 사망·실종된 50명 중에서는 48명(96%)이 미착용자로 파악됐다.

이에 개정안에는 ‘어선에 승선하는 사람은 안전한 조업과 항행을 위하여 구명조끼 또는 구명의를 착용하여야 한다’는 수정 조항이 들어갔다. 사실상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를 뜻한다. 이전까지는 ‘기상특보가 발효되거나 승선 인원이 소규모인 경우 등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라고 되어 있어 규정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태풍이나 풍랑 특보 발효 등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착용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더불어 구명조끼 또는 구명의를 입지 않거나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 어선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시행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전 과태료 한도는 300만 원이었다. 윤 의원은 “일부 어민들이 착용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꼭 입어야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도 지난달 27, 28일 열린 ‘어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계 기관 연수회’, 2월 28일 송명달 차관이 주재한 ‘해양 사고 예방 및 안전 관리 추진 현황 점검 회의’ 등에서 구명조끼 의무 착용 확대 등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022년 입기가 간편한 ‘벨트형 구명조끼’를 개발해 보급한 데 이어 올해에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착용성·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가격은 낮춘 제품 제작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캐나다 등에서는 현재 어선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어선의 선원에게 구명조끼나 개인 부양 장치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1인 조업 때도, 영국은 길이 15ｍ 미만의 소형어선 탑승자도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