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 기관이 북극 빙하가 대서양 바닷물에 녹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알아냈다. 관련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극지연구소의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북극해 대서양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동시베리아해에서 현장 탐사를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30일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가 ‘북극해 대서양화 현상’(Atlantification)이 태평양과 닿아 있는 서북극해까지 깊숙이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서양화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대서양 바닷물의 북극해 유입이 늘면서 따뜻하고 짠 대서양 해수의 특성이 더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북극해의 수온과 염분이 높아지는 데다 이 열이 표층까지 도달, 바다 얼음(해빙)을 녹이게 된다.

극지연구소 연구진(조경호·정진영·양은진 박사)은 ‘한국형 장기 계류 관측 시스템’을 활용해 미국 알래스카대학 등과 함께 지난 2017년부터 7년 동안 서북극해의 동시베리아해에 대서양화 현상이 강화되는 것을 알아냈다. 대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고온·고염의 바닷물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아 북극해 중층부에 위치한다. 연구진이 서북극해에서 관측한 고온·고염 바닷물층 상단의 높이는 200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약 20년 만에 90ｍ가량 올랐다. 서북극해에서 연 단위 장기 관측을 통해 대서양화의 수직적 변화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과업은 해수부의 ‘극지 해양환경 및 해저 조사 연구개발(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저명한 학술지인 ‘Science Advances’ 2월호에 실렸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이번 연구는 현장 접근이 어렵고 선행 연구도 부족했던 서북극해의 변화를 우리 독자 기술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 북극이 마주한 해빙 감소와 해양생태계 변화를 세계 최초로 파악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극지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