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우리 정부가 경쟁국 대비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에 초점을 맞춰 막판까지 대미 협상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예고한대로 4월 2일(현지시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과 최근 자동차 25% 관세에 이어 글로벌 통상 환경에 메가톤급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로부터 한국이 배제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예외적 국가’로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관세가 없다.

하지만 미국은 비관세 장벽, 세제 환경, 환율, 정책 등 요인까지 고려해 각국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무역수지 불균형에 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한국 배제’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고 보고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아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막판까지 대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당국자도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와 관련해 우호적 대우를 해 줄 것에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EU 등에 분노를 내비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10%, EU에 20%의 상호관세를 각각 매긴다고 가정하면 한국산 자동차에는 35%, 유럽산 자동차에는 45%의 관세가 붙는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미국산과 가격 경쟁에서는 불리해지지만, 적어도 유럽산보다는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4월 2일부터 상호관세가 부과돼도 이는 시작에 불과할뿐 이후 장기 협상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에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완화 또는 면제를 위한 트럼프 신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포함해 미국 측의 다양한 관심사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느냐에 성과가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한미 FTA가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가 ‘자유로운 무역환경 조성을 위해 상호 무관세를 지향한다’는 FTA 취지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반쪽짜리 협정으로 전락하면서 존재 이유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