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 자금 75조 유입 등 지연
- 기재부 “英 업체, 日 요청 반영”
- 경제구조 美 관세 폭탄에 취약
- 국내 정치 혼란 등 영향 관측도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윅비)에 한국이 편입되는 시기가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기대한 선진국 자금 유입 등 효과도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게 됐다. 정부는 WGBI 운영 기관이 ‘글로벌 투자자를 위한 준비 기간 확보’ 등 차원에서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 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2025년 11월에서 2026년 4월로 변경했다고 9일 밝혔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국채지수(GBI-EM)와 함께 전 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추종하는 채권지수로 꼽힌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FTSE 러셀이 한국의 WGBI 편입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1년가량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2025년) 11월 WGBI에 실제 반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5개월 미뤄진 것이다.

지수 편입이 연기되면서 선진국 자금 유입과 자금 조달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 기대효과도 당장 이뤄지기는 힘들게 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WGBI 편입에 따라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 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추진을 공식화하고 재정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편입 연기는 정부의 재원 조달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2년 연속 계속된 대규모 ‘세수 펑크’(국제신문 9일 자 10면 보도)로 적자성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FTSE 러셀의 연기 결정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시장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 개선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되는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취약한 한국 경제구조,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등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이 편입 연기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해외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8일 한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