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84개월 공기가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지역사회는 그동안 진행된 네 차례 입찰에서 세 번이나 참가했으며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됐던 현대건설이 뒤늦게 포기를 표명한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기업의 위상을 스스로 포기한 ‘파렴치한 행동’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온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공기를 84개월에서 108개월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수용하지 않자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측은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또 사익 때문에 국책사업 지연 및 추가 혈세 투입을 조장한다는 부당한 오명을 수용할 수 없으며 국토부가 수의계약 절차 중단을 선언한 만큼 더 이상의 협조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을 배제한 채 기존 조건대로 재공고를 요구하는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의 요구 역시 사측으로서는 용인하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 이 방침은 컨소시엄 전체가 아닌 현대건설의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며 향후 국토부가 공기를 연장한 뒤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지역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그동안 진행된 세 차례 입찰에 단독 응찰했을 때는 공기가 84개월임은 인식했음이 분명한데도 지금 와서 사업에 불참하겠다는 의사 표명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수의계약 대상으로 지정된 뒤 기본계획을 작성하느라 수개월을 소비한 뒤 국토부가 그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돌연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에서 빠지겠다는 선언을 한 것도 대기업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84개월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면 진작 포기 의사를 밝혔어야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기존 조건대로 재공고가 될 경우 다른 기업이 참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을 악용, ‘몽니’를 부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29년 12월 말 개항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공기 연장 밖에는 대안이 없으며 이럴 경우 현대건설이 다시 수주를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최근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최근 국토부가 공기를 108개월로 늘린 뒤 재공고하면 다시 응찰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029년 12월 개항이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공기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여전히 고수 중이다. 그러나 지난 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철회 방침을 선언한 뒤 3주일이 지나도록 후속 방침을 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6월 3일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를 의식해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사회에서는 현대건설을 거세게 비판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를 건설업을 끌어온 대기업이 정부 및 시민과의 약속을 이처럼 쉽게 저버린 것은 수긍할 수 없는 ‘비열한 처사’라고도 언급했다. 부산시는 현대건설이 사업 포기를 선언했으므로 국토부가 조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광회 시 미래혁신부시장은 “현대건설의 사업 포기 의사는 오히려 가덕도신공항이 조기에 완성되도록 길을 열어준 결단”이라며 “국토부가 여러 요소를 고려해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빠진 까닭에 컨소시엄 재구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부산시는 공기 84개월인 기존 입찰 조건의 재공고를 원하지만 국토부가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