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원자력 안전규제 당국의 ‘해체 승인’이 지난 26일 내려지면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원전 해체 산업도 보다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리 1호기 해체에는 ‘단순한 설비 철거’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 전경. 국제신문DB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세계적으로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독일·일본·스위스 등 4개국밖에 없다.

이마저도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다.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원전 해체’ 영역은 그동안 산업적인 측면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 ‘블루오션’ 등으로 인식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체 대상 원전은 고리 1호기가 처음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다.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587메가와트(MWe)급 원전으로, 2017년 6월 가동을 멈출 때까지 40여년간 부산 울산 경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 고리 1호기가 ‘국내 1호 해체 원전’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된 것이다.

아울러 고리 1호기는 한국이 건설·운영에서 해체까지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5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한국 원전 업계가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최대 550조 원으로 추산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향후 원전 산업에서 해체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영구 정지된 원전은 209기로, 이 가운데 21기만 해체가 완료됐다.

이에 한수원은 원전 해체 분야의 해외 전문기관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 중이다. 영국 원자력해체청(NDA)과 프랑스 국영기업인 ORANO, 캐나다 키네트릭스·캔두에너지, 슬로바키아 국영 원전기업 자비스(JAVYS)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한수원은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을 활용하고 자체 연구 과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전 해체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한편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에 따라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해체 관련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12월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는 지난해 6월 해체 승인 신청서류를 받았고 올해 2월 서류가 심사에 착수할 수준임이 확인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서류 접수 기준 21개월 뒤인 내년 말께 원안위 심의가 마무리되는 심사 일정을 제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