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기업·금융사 상생 평가

- HJ重, 컨선 추가 수주 기대

부산은행이 지역 조선사인 HJ중공업에 2000억 원대의 선수금 환급보증(Refund Guarantee·RG)을 발급했다. RG는 조선사가 파산 등을 이유로 선박 건조 및 인도가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금융사가 선주사에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하는 보증이다. 금액 규모가 큰 만큼 민간은행이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고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참여한다. 특히 중형조선소인 HJ중공업에 민간은행이 단독으로 RG를 발급한 건 처음이다.

부산 남구 BNK부산은행 사옥. 국제신문DB

부산은행은 지난 30일 HJ중공업에 1억6400만 달러(한화 약 2220억 원) 규모의 RG를 발급했다고 1일 밝혔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할 때 필수적 요소로, RG 발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RG 발급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 면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중형조선사 수주가이드라인을 준수한 RG 발급에 대한 면책 적용’의 첫 사례다. 민간은행은 국내 조선업의 부실 확대와 중형 조선사의 재무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RG발급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초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등으로 조선업 호조가 예상되자 수주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실이 나도 면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HJ중공업도 2024년 11월 그리스계 선주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으나, 정책금융기관의 RG 한도 소진으로 추가 RG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부산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하는 1척을 포함해 해당 선박 2척 전체에 대해 전격적으로 RG를 발급하면서 건조계약을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게 됐다.

HJ중공업은 상륙함 고속정 등 방산 특수선 건조 능력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중형조선사로, 최근에는 친환경 연료 기반의 중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 경기 회복과 해외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RG발급 한도 부족은 여전히 중형조선사 수주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부산은행은 정부의 제도 개선기조에 맞춰 중형조선사의 현재 재무 상태에만 얽매이지 않고, 수주 선박의 사업성과 미래 경쟁력을 반영해 심사한 끝에 RG발급을 결정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역 은행으로서 우리 지역 중형조선사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 지원 선박이 무사히 인도될 때까지 HJ중공업과 긴밀히 협업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 육성에 일조할 수 있는 은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HJ중공업 관계자도 “부산은행의 RG 발급으로 추가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협력 상생의 뜻을 되새겨 K-조선의 재도약은 물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봉장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부산은행이 발급한 RG 대상 선박 2척은 각각 2026년 7월과 10월 인도될 예정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