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극지 분야 연구원이 세계 기구의 간부 자리에 올랐다. 한국이 국제회의에서 주요 의제를 주도할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지희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5년 제27차 남극환경보호위원회(CEP) 연례 회의’에서 극지연구소의 김지희 책임연구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위원회는 1998년 발효된 남극조약 환경보호 의정서(마드리드 의정서) 당사국 간 회의체인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에 환경보호와 관련된 자문을 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42개 환경보호 의정서 비준국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해수부와 극지연구소는 김 책임연구원이 그동안 남극 환경 분야에서 쌓아온 풍부한 현장 연구와 국제 협력 경험이 이번 선출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한다. 서울대 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해조류 분류학)를 받은 그는 2013년부터 CEP 회의 정부대표단으로 활동해 왔다. 또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펭귄마을’의 현장 조사와 관리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세종기지가 위치한 남극 킹조지섬 내 외래 곤충 퇴치에도 힘을 보탰다.

앞으로 김 책임연구원은 남극특별보호구역 관리계획을 검토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따른 보호구역 관리 방안 강화를 위해 의정서의 협의당사국과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관리계획 부속그룹’을 이끌게 된다. 신임 부의장의 임기는 2026년 제28차 CEP 회의부터 2년이다. 한 차례(2년) 연임할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의 환경과 생태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남극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남극의 현재 모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도 “남극환경보호위원회 부의장 선출이 우리나라가 남극 과학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환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