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의 사업이 반영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31조8000억 원 규모로 국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애초 정부안(30조5000억 원)보다 1조3000억 원 증액된 규모다.

추경안 확정에 따라 정부는 이달 중 전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1차로 지급하고, 향후 2개월 내에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 국민에게 10만 원을 추가(2차)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1302조 원에 육박하는 등 재정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비수도권 거주자에 1인당 최대 55만 원

기획재정부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의결·확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9일 총 30조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30조5000억 원은 ▷실질적 지출액인 ‘세출예산’ 20조2000억 원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세입예산’ 10조3000억 원으로 구분됐다.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31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고 이날 최종 확정됐다. 애초 정부안(30조5000억 원)에서 2조4000억 원을 증액하고 1조1000억 원을 감액한 결과다. 결국 1조3000억 원이 순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차 추경안의 핵심 사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9000억 원 증액됐다. 전체 증액분(2조4000억 원)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규모다. 국비 보조율을 높이고 지원액을 상향 조정한 결과다.

이에 따라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관련한 지자체 대상 국비 보조율은 서울 75%, 그 외 지역 90%로 상향 조정됐다. 정부안 기준으로는 서울 70%, 그 외 지역 80%였다.

아울러 비수도권 및 인구감소지역(농어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은 3만 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도권 거주자가 받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1·2차 합계)은 기존 정부안인 ‘최소 15만 원(소득 상위 10%)~최대 50만 원(기초수급자)’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비수도권 거주자는 기존 ‘15만~50만 원’에서 ‘18만~53만 원’으로 늘어난다.

인구감소지역 거주자가 받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기존 ‘17만~52만 원’에서 ‘20만~55만 원’으로 많아진다.

일반 국민(소득 상위 10%나 차상위계층·기초수급자에 속하지 않는 국민)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거주자는 25만 원, 비수도권 거주자는 28만 원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토요일인 5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2차 추경안 국회 증액에 대한 동의 및 배정 계획안’을 상정·의결한 뒤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7월 중 1차로 선지급하고 관계부처 TF 준비 등을 거쳐 향후 2개월 내 90% 국민에게 10만 원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취약차주 채무조정 사업 9월 본격화

2차 추경안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정부는 8월 중 지자체 수요조사를 거친 뒤 9월 발행분부터 국비 보조율 및 소비자 체감 할인율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국비 지원율은 기존 2%에서 5%로, 소비자 할인율은 7~10%에서 10%로 각각 늘어난다. 비수도권 지자체는 국비 지원율이 2%에서 8%로, 소비자 할인율은 7~10%에서 13%로 확대된다. 인구감소지역(각각 5→10%, 10→15%)도 마찬가지다.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의 10%를 30만 원 한도로 환급해주는 사업은 8월 초 신청을 접수받은 뒤 8월 말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취약차주 채무조정 사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9월까지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한 후 연내에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 사업은 경영난 등으로 상환이 불가능한 차주의 7년 이상 연체된 장기연체채권(5000만 원 이하)을 정부가 매입·소각하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셈이다. 지원 대상은 113만 명이다. 새출발기금은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9월 중 지원을 확대한다.

이 밖에도 2차 추경안에는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피지컬 인공지능(AI) 선도모델 설계 및 실증(+426억 원)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위한 고전압 송전 기술(+60억 원) ▷고효율 차세대 태양 전지(+10억 원) 등 신산업 분야 기술개발 지원 사업도 포함됐다.

미세먼지 저감 및 영세 사업장 부담 경감을 위해 소규모 대기 배출 사업장의 사물인터넷(IoT) 측정기기 설치 지원을 확대(+47억 원)하고, 0~2세 및 장애 영유아 보육료 지원금액을 5% 인상해 보육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사업(+1131억 원)도 추진된다.

●나라살림 적자 111조6000억 원

2차 추경안이 확정되면서 올해 정부의 총지출은 70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하게 된다.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 5월 1차 추경 당시 86조4000억 원에서 2차 추경 기준 111조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3%에서 4.2%로 확대된다.

국가채무도 1280조8000억 원(1차 추경)에서 1301조9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4에서 49.1%로 높아진다.

기재부는 “증액 소요 2조4000억 원은 집행 상황 재점검을 통한 지출 감액(1조1000억 원) 및 추가 국채 발행(1조3000억 원)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며 “경기 진작,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경제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는 확정된 예산을 연내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