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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택이 발로 찾은 부산의 전설 보따리 <38> 선암사 주지와 동평현령

표류 왜선 구해주고 되레 납치된 현령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5 19:47:17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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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부암3동 백양산 자락에 위치한 선암사 전경.
- 장소: 부산진구 부암동
- 선장에 속아 포로로 끌려가
- 고뇌하다 꿈속서 주지 만나
- 잠에서 깨보니 집에 와 있어
- 동래지역 불상 등 약탈 빈번

부산진구 부암3동 선암사(仙岩寺)는 백양산(642m) 동쪽 산록 아래 아담하게 터잡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때 지은 절로 그때는 동평현(東平縣·지금의 부산진구, 동구, 영도구 지역을 다스린 치소)에 속해 있었고 동시에 바닷가에 인접해 있었다. 당시 불교 신자인 한 관리가 동평현의 현령으로 부임해왔다. 어느 날 그는 왜선이 사찰 인근에 표류해온 것을 보고 그들을 구출해 잘 대접해 주었다.

며칠 뒤 선장이 현령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현령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으로 내일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현령님께 보답할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배에 약간의 약주가 있으니 술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현령은 선장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했다. 현령이 부하들을 데리고 왜선에 오르려고 하자 선장은 "저희는 여러분들을 다 모시고 싶으나 배가 작아 현령님만 모시고자 하오니 혼자 오셔서 놀다 가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마음씨가 올곧은 현령이 그들을 믿고 배에 오르자 그들은 갑자기 "이제 됐어. 인질로 납치해 가자"고 하면서 그만 현령을 가두고 닻줄을 올려 일본으로 향했다.

어처구니없는 왜구들의 처사에 현령은 반항도 못하고 일본으로 끌려가 포로의 신세가 되었다. 의외의 참변을 당한 현령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깊은 수심으로 고뇌하던 현령은 꿈속에서 선암사의 주지를 만났다. "스님, 이 일이 웬일이옵니까. 저는 왜구를 구출해주고도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습니다. 제발 저를 구해주시옵소서"라고 두 손 모아 빌었다. 스님은 "가히 염려마오. 죄짓지 않았으니 돌아갈 길도 있겠지요"라고 말한 후 "옷을 바로 입고 바닷가로 나갑시다"라며 갈 길을 재촉했다.

스님을 따라 바닷가로 나오니 작은 배 한 척이 있었다. "현령님, 빨리 배에 오르시오"라는 스님의 손짓에 현령은 스님과 함께 가길 원했으나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혼자 가시오"라고 하면서 배를 왈칵 밀었다.

현령이 깜짝 놀라 깨어 보니 우리나라 동평현 자기 집에 돌아와 있었다는 것이다.

'선암사기'에 따르면 조선 초기 선암사 불상을 왜구가 빼앗아 왜나라에 모셨더니 흉한 일이 잇따라 생기며 죽은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해서, 점을 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조선의 불상을 약탈해 와서 무덤 아래 부정한 곳에 모셔서 그런 화를 입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말을 들은 왜나라 사람들은 곧바로 불상을 배에 실어 진해 웅천에 보내 웅포(제포)의 성덕사(聖德寺)에 모시게 했다.

이후 동평현 사람 송성민이 감영에 호소, 그 불상을 되돌려 받을 것을 청했다. 마침내 그 청이 받아들여져 선암사 승려들이 그 불상을 모셔왔다.

다시 모셔온 불상은 그 생김새가 덕이 있어 보여 불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월지국(옛 서역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 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불상의 소재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고려 때 크게 창궐한 왜구에 의해 사람, 불상, 식량 등을 약탈 당한 동래지역이 왜구의 침탈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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