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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과 러시아인은 물론 부산항에 입항하는 외국 선원까지 찾는 부산의 대표적인 다문화공간인 동구 초량동 차이나타운특구.
홍영현 기자 hongyh@kookke.co.kr |
- 도시철도 부산역 인근 가게·식당 간판마다
- 다양한 언어 이색 풍경
- 1884년 中 영사관 개설
- 화교 밀집지역 성장
- 상점·종교시설·학교 등 이곳에 몰려있어
- 일본인·러시아인 등 외국인 지속적 유입
- 관광명소로 인기
부산 동구 초량동에는 부산 속의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차이나타운특구'가 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을 지키며 부산시민과 애환을 함께한 차이나타운은 현재는 중국과 부산을 잇는 가교 역할뿐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차이나타운특구를 찾았다. 차이나타운은 우리나라 전체에도 인천과 부산 단 두 곳에만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지구마을'이다. 도시철도 부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차이나타운특구의 오른쪽 골목으로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등 여러 국가의 사람이 설립한 주점이나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다. 간판마다 한국어로 써놓은 이름 외에 러시아어 중국어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언어가 적혀 있었다. 평소 보기 힘든 외국인들이 흔하게 무리 지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일부 기념품 가게 앞에서는 한국인 직원이 러시아인 사장과 유창한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눴다. 말 그대로 11만 4917㎡ 남짓한 거리에 다문화 공간이 형성된 느낌이었다.
이곳 차이나타운은 1884년 중국(청나라)이 영사관을 개설했던 지역으로 최근까지 화교가 많이 거주하면서 화교 상가가 형성됐다. 이들은 중국에서 열리는 국경일과 시설 등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차이나타운은 말 그대로 중국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했다. 현재 300여 명의 화교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이 운영하는 중화 풍의 중식당만 17곳이 밀집해 있다. 화교 식당 외에도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의 식당까지 모두 50개의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화교협회뿐만 아니라 기독교 등의 종교시설까지 없는 게 없다.
특히 화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시설도 즐비했다.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이 좁은 거리에 모두 자리하고 있다. 이곳 화교 학교에서는 대만 학교의 교육과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화교소학교 이유인 교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추가 시험 없이 대만 본토에 있는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다"며 "다만 한국의 대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 등을 통해 입학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중국 상해시가 1993년 자매결연을 한 것을 계기로 동구 초량동에 상해문을 건립하고 조형물 등을 설치해 '상해 거리'라고 부르다가 2007년부터는 이 거리의 정식 명칭이 '차이나타운특구'로 바뀌었다.
차이나타운 특구는 화교들이 몰린 이후에 일본 러시아 등의 다양한 외국인이 몰리는 외국인 밀집지역이 됐다. 1884년 당시 청나라가 차이나타운 거리에 영사관을 설치하면서 중국 사람들의 점포를 겸한 주택가가 형성되어 이 거리를 '청관거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단장사 왕 서방 마음이 좋아 띵호와'라는 가사로 유명한 가요 '왕 서방 연서'도 이곳 청관 거리에서 유래했다. 1890년대에는 일본 세력이 초량까지 밀려오면서 청관거리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1953년 중구 중앙동 텍사스촌이 초량동 청관거리로 몰려와 청관거리 옆쪽으로 '텍사스촌'이 형성됐다. 이때부터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외국 선원 등이 찾아들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는 관광과 쇼핑의 명소로 바뀌어 갔다.
1990년대에는 러시아 선원과 보따리 장사꾼들이 텍사스촌을 찾아 상가는 더 붐볐고, 이 거리는 중국인 일본인 미국인뿐만 아니라 러시아인까지 몰려들면서 외국인이 즐겨 찾는 부산의 관광명소로 바뀌기 시작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마요네즈에 음식을 찍어 먹는 것을 좋아했던 러시아 선원들이 한국의 마요네즈와 초코파이 등에 대해 입소문을 내며 기념품으로 한 두 개씩 사가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한국산 마요네즈와 초코파이가 북유럽까지 인기를 얻어 현재는 기업 단위로 사가고 있다"며 "이곳에는 현재 화교보다 러시아인이 더 많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 경극·용퍼레이드 등 화려한 볼거리
- 2004년부터 매년 문화축제 개최
- 올해는 이바구길 걷기와 연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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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열린 차이나타운특구 문화축제. 동구청 제공 |
부산 차이나타운특구에는 매년 화려한 축제가 펼쳐진다. 이제는 부산시민뿐 아니라 다른 시·도와 외국에서도 축제를 찾을 만큼 이 축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04년 10월 당시 침체한 상해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처음 시작된 '상해거리 축제'가 '차이나타운특구 문화축제'의 원형. 올해 5월 31일~6월 2일 10회째 축제를 개최했다. 올해 축제에는 41만여 명이나 몰렸다. 차이나타운특구 일대에서 진행되던 축제는 이제 인근 초량시장뿐 아니라 부산역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축제가 열리는 3일간은 다양한 중국 문화를 보고 듣고 먹어 볼 수 있다. 중국 경극단을 초청해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경극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6500개의 아름다운 홍등 터널과 용 퍼레이드, 중국 기예와 화교소학교 아이들이 펼치는 중국전통무용도 관람할 수 있다. 축제 기간 차이나타운특구 내의 중국 요리는 10% 할인되고 자장면은 3000원에 판매된다. 올해 축제는 동구 이바구길과도 연계해 차이나타운특구 축제를 즐기고 이바구길을 걷는 기쁨도 맛봤다. 축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기 위해 지난 2월에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차이나타운 축제를 견학했다.
차이나타운특구 축제 추진위원회 이재희 위원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차이나타운특구의 축제가 명실공히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차이나타운특구 문화축제를 통해 화교와 부산 시민이 하나가 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유인 화교소학교 교장 당부
- "한국사회가 화교에게 문을 더 열어 줬으면"
부산 화교소학교 이유인(사진) 교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지내온 부산 토박이 화교다. 30일 이 교장을 만나 부산에 터를 잡고 사는 화교들의 삶과 그들의 배움터인 화교소학교에 대해 들었다.
한국 출신 화교답게 이 교장은 첫 만남부터 굉장히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먼저 차이나타운 100년의 역사와 함께한 화교소학교를 소개했다. 1884년 청나라 말기부터 화교소학교의 역사는 시작됐다. 당시 부산 중화상회와 함께 만들어진 화교소학교는 6·25전쟁을 거치며 나무판자 건물로 새롭게 지어졌고 1980년이 되어서야 지금의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이 교장은 "70년대 당시 생긴 외국인토지법 탓에 수많은 화교가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많을 때는 800명에 육박하는 학생이 이 학교에 다녔지만, 현재는 6개 학년에 한 반씩 83명의 학생만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평생을 부산 속 화교로 살면서 느낀 불편함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이 교장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산에 살면서 이곳 화교들은 절반은 한국인으로 살아왔지만, 한국은 아직 우리에게 완전히 문을 연 것 같지 않다"며 "어린 시절에도 화교를 모욕하는 말을 한국 사람에게 많이 들었었는데 최근에도 시비가 붙은 아랫집 사람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또 화교 출신은 현재 한국 사회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 공직으로 진출한 화교는 드물다"며 "한국사회가 화교에게 문을 더 활짝 열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화교소학교에는 예전과 달리 화교뿐만 아니라 중국에 관심이 있는 한국 학생들 상당수도 다니고 있다. 이 교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은 사람도 이 학교 출신 한국인"이라며 "화교와 한국 어린 학생들이 뒤섞인 화교소학교가 중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