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가 시에 예산편성 요청할 때
- 12개 항목 사전검토서도 첨부
- 시, 중요도 평가·타당성 재검토
- 시의원이 끼어들 여지 전혀 없어
- 부산도 형식적 심의절차 있지만
- 타당성 따지지 않는 게 '불문율'
- 시 "특정 구·시의원 주도 사업에
- 예산쏠림 방지 순기능도 있어"
부산시의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자자보)이 부산시의원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국제신문 보도가 나간 지난 27일. 서병수 부산시장은 예산담당 공무원을 불러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따져봤다고 한다.
과연 부산시의원 1인당 연간 6억 원이 배정되는 자자보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투명한 예산'일까. 부산과 달리 서울시는 자자보 편성 과정에서 서울시의원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가 도움을 요청하면 주민 의견수렴과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엄격한 심의를 거친다. 예산 집행 내역 역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말 그대로 자치단체가 원하는 사업의 보조를 위해 쓰인다.
■ 외부 개입 없어 투명한 서울
서울시 예산담당자는 28일 "자자보 예산 편성 과정에 시의원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자치구에서 요청해오면 시는 기준과 원칙에 따라 편성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 하거나 도로 확·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행정기관에 예산을 요구해 심의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부산시가 시의원의 민원 해결이나 공약 사업을 돕기 위해 연간 6억 원씩 무조건 배정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의 모든 자치구는 12개 항목으로 구성된 사전검토서를 첨부해 서울시로 자자보를 요청한다. 사전 검토 항목은 ▷시민 참여 여부 ▷전문가 자문 여부 ▷이해 당사자 간 갈등 가능성 ▷시민 안전 위험 요소 ▷사회적 약자 배려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를 담아야 한다. 서울시의원이 개입할 공간은 일절 없다. 자자보 사업 선정 권한을 시의원이 갖고 있는 부산과는 다르다.
서울시는 접수된 사업을 중요도·시급성과 시설 노후도에 따라 평가한 뒤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부서로 넘긴다. 예산 부서도 타당성을 검토한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또 자자보 사업의 전 과정을 공유하는 회의를 정기적으로 연다. 완료된 사업의 결과물은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 눈치껏 알아보는 부산 자자보
부산시는 시의원이 선정한 사업에 연간 6억 원을 배정한다. 기초단체는 형식적으로 부산시에 사업계획서를 올린다. 한 재선 부산시의원은 "공무원들도 무엇이 자자보 사업인지 알기 때문에 예산이 삭감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도 형식적인 절차는 거친다. 예산 심의에서 자자보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사업 설명서를 첨부한다. 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하지만 암묵적인 불문율에 의해 타당성을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업 진행 과정도 담당 부서에서 '알아서' 점검한다. 정산은 하지만 그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는다. 성과 평가도 마찬가지로 비공개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따라 예산부서에서 직접 자자보 예산을 평가하고 공개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자자보가 나쁘게 말하면 '예산 나눠먹기'이지만 예산이 특정 기초단체로 몰리는 것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 자자보 배정을 엄격하게 하면 이 균형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자보 사업의 효율성이나 성과를 구체적으로 따지다 보면 상황에 따라 일부 구·군이나 힘이 센 시의원이 주도하는 사업에 예산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국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