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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작소-부산…스토리 갈맷길 <4> 푸른 바다의 전설: 이야기 갈맷길

인어공주·망부송·도깨비 손장군 … 이야기 구슬로 꿴 20㎞ 보배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12 19:00:3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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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섬 인어 황옥공주 전설부터
- 해운대 이름 지은 문장가 최치원
- 악처 바가지에 고생했다는 민담

- 회와 해산물 천국인 청사포
- 500년도 더 됨직한 노송 설화
- 배우 공유 떠오를 손장군까지

부산 갈맷길 21개 코스 중 해운대 삼포길을 포함해 주로 바다를 끼고 걷는 길 곳곳에는 흥미로운 전설과 민담 속 영웅 및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온다. 올해 초 TV에서 방영된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 중기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인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화제가 됐었다. 민간에 떠도는 설화를 기록한 ‘어우야담’에 실려있는 ‘피부가 매우 희고 울음소리를 내며 구슬피 울면 눈에서 진주가 뚝뚝 떨어진다는 인어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금발의 서양 인어공주와는 또 다른 동양의 판타지와 상상의 세계를 선사한다.
인어에서 인간으로 변신해 살았다는 황옥공주 전설을 모티브로 한 부산 해운대 동백섬의 인어공주상.
어우야담 속 강원도 흡곡령의 현령 김담령이 만났던 신비로운 인어가 실은 동해로 놀러갔던 황옥공주였을지, 청사포의 영웅 손장군이 800년 동안 살아있는 김신 장군 도깨비였을지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갈맷길 속 상상의 문을 열고 이야기 갈맷길 속으로 떠나보자.

■동백섬 황옥공주와 달빛 로맨스

청사포 망부송.
해운대 동백섬을 시작점으로 출발하는 갈맷길은 여행객들과 갈맷길 걷기를 막 시작한 초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이다. 동백섬에서 발을 내딛어 송정을 거쳐 기장까지 걷는 20㎞ 코스가 부담된다면 2개의 코스로 나누어 걸으면 된다. 첫 번째는 동백섬에서 시작해 미포~문탠로드~청사포를 거쳐 송정의 구덕포 끝머리 마을까지 걷는 코스이며, 두 번째는 송정을 거쳐 해동 용궁사와 오랑대 공원을 지나 동암·서암마을을 거쳐 기장 대변초등학교에서 마무리하는 길이다.

이야기 갈맷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면 동백섬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오랜 기간 동백섬을 지키고 있던, 동백섬의 수호신이 된 황옥공주 인어상과 최치원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대마도로 추정되는 나란다 국에서 해운대 동백섬의 무궁국 은혜왕에게 시집 온 황옥공주는 인어에서 인간으로 변신해 살면서 밤마다 고향 가족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를 본 남편 은혜왕은 ‘동백섬의 달은 신통하고 영험해서 당신 할머니가 준 황옥구슬을 달빛에 비추면 왕비의 나라와 가족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달이 휘영청 뜬 날 황옥구슬을 비춰보자 진짜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으로 치면 황옥공주는 구슬을 통해 가족,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한 셈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사랑스럽고 엉뚱한 인어 캐릭터처럼 동양의 인어는 인간을 홀리거나 위협을 가하는 서양의 세이렌 같은 존재가 아니다. 중국 간보의 ‘수신기(搜神記)’나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듯 때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아마도 동백섬의 옛 주민들은 황옥공주나 인어에게서 진주나 직접 짠 비단을 선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여행객들의 워너비 촬영장소가 된 APEC광장이 있는 누리마루도 실은 인어들이 비밀스러운 회동을 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구전설화에도 전해지지 않았던, 우리가 몰랐던 인어와 인간의 비밀스러운 달빛 로맨스가 펼쳐졌던 곳이 바로 동백섬일지 모른다.

■악처 때문에 마음고생한 최치원

동백섬 최치원 동상.
몇 년 전 부산관광공사가 주최한 등대길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가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최연소 당나라 유학파이자 스스로 ‘구름이 머무는 바다’라는 해운대의 이름까지 지은 당대의 문장가 최치원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다. 그를 괴롭힌 것은 당시 앞서가던 유학파임에도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자괴감 외 소문난 악처(惡妻)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전국을 돌며 방랑을 하게된 데는 아내의 바가지도 한몫했다는 것. 아내 역시 방랑벽을 지닌 당대 최고 인텔리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소크라테스와 최치원이 저승에서 만났다면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당대 대중들에게는 사랑받던 철학자와 문장가였지만 한 여인의 사랑과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했을지도 모르니, 인간의 인연과 사랑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청사포의 영웅 ‘도깨비 손장군’

해운대 삼포길은 미포~청사포~구덕포를 말한다. 거리가 5㎞ 안팎으로 비교적 짧아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동백섬을 한바퀴 둘러보고 해수욕장을 따라 설치해놓은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미포에 도착한다. 미포에는 관광객과 지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횟집과 복국집들이 있고, 주말이면 해녀들이 잡아 온 해삼·전복·소라 등 신선한 횟감들이 거래되는 즉석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미포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오는 청사포에서는 몇 번의 정비를 거쳐 예쁘게 다듬어진 부부등대를 만날 수 있다. 마치 연인이 서로를 바라보듯 하는 빨간 등대, 하얀 등대는 어찌 보면 매우 가깝고 또 어찌 보면 닿을 듯 닿지 않는 위치라 처연해 보이기도 한다. 청사포 큰 길가를 따라 내려와 수민이네 조개구이를 끼고 돌면 500년도 더 됐음 직한 커다란 노송 두 그루를 만나게 되는데 그 소나무가 바로 청사포 망부송이다. 청사포에 전해져 내려오는 죽은 어부 남편을 따라 저승에 갔던 아내의 이야기는 400년째 서로에게 가지를 드리운 채 끌어안고 있는 망부송의 애틋함으로, 따로 또 같이 서 있는 부부 등대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청사포의 또 다른 전설은 마을을 지키는 손장군 이야기이다. 무수한 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이 죽던 그 시절. 언젠가 바닷가 마을 청사포에도 이름 모를 무관 장수의 시신이 떠내려온 적이 있다. 전쟁터에 나가 상대 장수의 목을 베려고 검을 휘둘렀을지 모르는 그 장군은 깊게 베인 상처와 사람들의 배신으로 시신조차 거두어지지 못한 채 바다에 버려졌다. 청사포 사람들은 정성들여 장수의 시신을 수습하고 염하여 홀연히 싸웠던 용맹스러움을 칭송하고 걸신과 잡신의 우두머리 손장군으로 모셨다. 도깨비 손장군의 축복 때문일까. 그로부터 청사포는 동네 남자들이 고기 잡으러 가도 피해를 입지 않고 돌아왔고, 미역과 해산물이 풍부한 고장으로 윤택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인지상정이라 했던가. 한국의 정(情) 문화가 만든 후손들에 대한 축복. 올초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도깨비’에는 검이 꼽힌 채 들판에 버려진 김신(공유 분)의 시신을 수습하고 거둔 가신들이 후대에 복을 받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갈맷길 스토리텔링 때문인지 요즘 청사포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마을 어귀에는 예쁜 벽화들도 생겨났고, 도예가·목공방·영화작업실· 카페촌이 형성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커피기업이 만든 노란색의 산뜻한 건물 모카사진관이 일시적으로 운영되다가 카페로 변신했다.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고 여행객들도 청사포를 걷기 위해 찾는다. 조개구이집만 즐비하던 청사포에 사람들이 이야기를 가지고 모이는 것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 갈맷길은 해운대 동백섬에서 기장까지 20㎞에 이르는 이야기 구슬을 꿰어 만든 이야기 목걸이다. 인어공주와 최치원, 달맞이 꽃의 전설, 젊은 청춘들의 놀이터 오랑대, 옛 문장가들의 시배틀 경연장 시랑대를 거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문학 속의 춘향이와 월매까지, 바다를 따라 전설과 함께 떠나는 갈맷길 여행은 도깨비가 선사하는 예상치 못한 선물보따리처럼 풍성하다. 이야기 보따리를 안고 갈맷길에서 돌아오는 길은 만선을 이룬 어부의 마음처럼 넉넉하고 행복하다.

◆추천 코스

해운대 동백섬(0.5㎞)~해운대 해수욕장(1.25㎞)~문탠로드(4.5㎞)~청사포(7㎞)~송정 동해남부폐선 기차길(10㎞)~해동용궁사(14㎞)~기장 국립수산과학원(15㎞)~오랑대(17㎞)~기장 대변초등학교(20㎞)

장은진·동서대 영상콘텐츠학과 BK21산학협력교수

※ 공동 기획: 국제신문, (사)걷고싶은부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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