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 구분된 일방통행로 없어
- 창원방향 우회전땐 역주행 위험
- 기장요금소서 순환도로 진입
- 3차로 차선변경 여유 150m뿐
- 도로공사 “요금소 추가 고려중”
28일 개통한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이하 외곽순환도로)가 잘못된 설계로 사고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정나들목은 창원 방향 진출차와 금정 방향 진입차가 교차하도록 설계돼 운전자가 각별하게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28일 오후 2시 개통과 동시에 외곽순환도로를 주행했다. 전체적으로 도로는 깨끗히 정돈됐고, 경관 디자인을 도입한 터널과 야생동물 통로 등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금정나들목에서 종점인 기장분기점까지는 6분이 걸렸다. 반대 방향도 비슷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정나들목 진출입 교차로였다. 이 교차로는 금정요금소를 통과한 차량 중 창원으로 가려는 차가 통과하는 곳이다. 창원 방향 차량은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 외곽순환도로로 진입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기장에서 금정나들목으로 들어오는 차량도 이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내년 2월 7일 외곽순환도로 전체 구간(48.8㎞)이 개통하면 창원 방향으로 외곽순환도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금정나들목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겹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안전 전문가 A 씨는 “외곽순환도로는 진출입 방향마다 일방통행 형태의 1차로 진출입로를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이런 평면형 교차로는 사고의 위험이 크다. 특히 창원 방면으로 가려는 차가 기장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면 역주행을 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장분기점도 사고의 위험이 커보였다. 기장일광요금소 진입로는 1차로 하이패스, 2차로 일반 차량, 3차로 화물차 하이패스(일반 차량 하이패스도 가능) 차로로 운영된다.
그러나 취재진이 승용차로 1차로로 진입한 후 외곽순환도로를 타려면 150m 전방의 3차로로 진입해야 했다. 1·2차로는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고속도로) 진입용이었다. 결국 기장일광요금소를 통과한 1차로의 차량이 외곽순환도로 진입을 위해 요금소를 통과한 후 150m 안에 1·2차로에서 주행 중인 동해고속도로로 진입 차량을 뚫고 오른쪽으로 주행해야 했다.
그러나 이를 알리는 표시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요금소를 통과한 후 오른쪽 도로 변에 있는 ‘창원’이라고 쓰인 표지판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기장일광요금소 앞에서 갓길에 차를 세운 김모(여·48) 씨는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해 금정구로 가려는데 동해고속도로를 탈 때와 달라진 게 없어서 헷갈렸다”며 “이제 막 개통해 모든 운전자가 초행길인 만큼 표지판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성진 차장은 “금정나들목에 입체교차로를 설치하는 게 원칙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교통량을 분석해 국토교통부와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받아 평면교차로를 설치했다. 기장분기점 금정 방향 요금소 직후 외곽순환도로 진입 문제는 요금소를 한 칸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