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장 3명 결재권 박탈 구두지시
- 차담회로 오해 풀었다며 일단락
- 해명 없어 무소불위 권력 도마위
지난 14일 오전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동구지부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김진홍 동구청장이 국장단 3명을 한 달간 업무배제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김 구청장은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날인 13일 구두로 국장단의 업무배제를 지시했다. 하루아침에 구청 최고위급 공무원인 국장단이 한 마디 설명도 듣지 못하고 결재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 같은 조치가 ‘익명의 제보’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를 가진 김 구청장은 “익명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며, 업무배제를 긴급히 지시할 만큼 중대한 제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익명의 제보’가 무엇인지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제보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제보 유형이라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구청장은 입을 닫았다. 국장 개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라고만 언급했다.
업무배제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 후인 지난 16일, 국장단의 업무 복귀가 이뤄졌다. 역시 구두지시였다. 한 국장은 오전에 국장단과 구청장이 만나 소통으로 오해를 풀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면담 내용의 언급을 꺼렸다. 업무배제의 결정적 이유였던 제보 내용은 여전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애초 “제보의 사실확인까지 업무 복귀는 없다”는 김 구청장의 호언장담이 무색하리만치 흐지부지됐다.
구청장은 구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선출직이다. 오랜 세월 구에서 일한 국장단을 향한 견제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 남용으로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제보를 받았다면 사실확인 뒤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옳다. 구청장의 구두지시에 최고위직의 인사가 이렇게 쉽게 좌지우지된다면 조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개되지 않은 제보 내용으로 여전히 조직 내부는 소문만 무성한 채 혼란스럽다. 노조 게시판은 뒷말이 오르내리며 ‘인사권을 쥔 구청장의 심기 거슬리지 않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김 구청장의 구두지시로 촉발됐다가 어영부영 일단락됐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지시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과 판례까지 보이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구청장 혀끝의 무게가 이토록 무겁다면, 최소한 제보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는 말 한마디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사상 초유의 4급 서기관 세 명의 업무배제를 한꺼번에 지시할 정도의 ‘긴급한 제보’였다면서 해당 인사들과의 차담회로 풀었다는 설명도 앞뒤가 안 맞다.
구청장님, 이제라도 무슨 일인지 밝히고 구민과 구청 내부의 의문을 말끔히 해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성우 메가시티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