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통한 새 구장 마련을 준비 중인 부산 사직야구장이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부산시는 새 구장을 향한 시민의 열망이 뜨거운 만큼 경제성과 무관하게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장의 실질적 사용자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받아낼 부담금 규모 등 재원 수급 방안을 여태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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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조성될 사직야구장 조감도.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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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취재를 종합하면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은 최근 진행된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났다. 해당 조사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수행했다. 그 결과 타당성 판단의 핵심 지표인 비용 대비 수익(B/C)이 기준치인 1.0에 미달했다. 센터는 사직야구장의 내구연한을 50년으로 가정할 때와 경제적 수명을 43년 미만으로 설정했을 때로 나눠 B/C를 계산했다. 두 방안의 B/C는 각각 0.53, 0.59로, 1.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정책적 타당성 영역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앞서 2017년 시는 그해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사직야구장 중장기 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벌였다. 센터는 이 용역에서 제시된 방향과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이 정책적 방향에서 일치성을 보이는 등 계획에 부합하게 수립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직야구장 재건축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가 사업에 동의하는 등 시민의 열망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센터는 시와 롯데 자이언츠의 높은 추진 의지와 별개로 재원 조달 측면에서는 구체화한 사항이 없다고 짚었다.
실제 재건축을 둘러싼 재원 출처는 사실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해당 사업은 지하 2층 지상 4층 관중석 2만1000석 규모의 개방형 야구장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까지 검토된 총사업비만 3262억 원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그런데도 국·시비나 구단 측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국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최대 299억 원을 지원받는다는 계획이 논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비 역시 아직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되지 못한 상태다. 구단 측 부담금은 야구장 건립 비용의 30%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못했다. 양측이 2021년 10월 사직야구장 재건축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2년 이상 지체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향후 구단 측이 장기간에 걸친 위탁사용료(구장 사용료) 면제를 요청한다면 실질적인 재원 부담은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 현 계획상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민간자본은 817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시에 따르면 신규 야구장을 건립할 때 구단이 사업비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 매년 지불하던 위탁사용료를 건립에 든 재원만큼 면제받는 게 일반적이다. 롯데는 매년 35억 원 수준의 사용료를 내왔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새 구장 사용료 25년 치만 면제돼도 현 계획상 민간자본금보다 많은 875억 원에 이른다.
시는 향후 롯데 측과 사업비 투자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문체부 공모를 신청하는 한편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 등을 통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체육시설은 상업시설과 달리 B/C가 1.0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닌 영향이다”며 “실질적 사용자인 롯데 측과 긴밀히 협의해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도(球都)’ 부산의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전국적 관심사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참석 하에 부산시청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도 2028년 하반기까지 재건축을 마치겠다는 정부 계획이 약속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