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 100만 명 수준 대형 연맹
- 시민사회 대표로 공동성명 발표
- 직업 재교육 등 합의점 모색 핵심
독일 자연보호연합(NABU·Naturschutzbund Deutschland)은 지난해 기준 94만 명의 회원을 둔 독일 유력 환경단체다. 1899년 설립된 ‘조류보호협회’를 계승해 올해로 126년째 독일 시민사회의 주축으로 자리한다. 전통과 규모만큼이나 독일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민간 비영리기구인데도 정부와 환경보호 등을 함께 논의하는 공식 기관으로 지정, 공익적 견해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쓴다. 한국에선 찾기 힘든 국·공 거버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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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연보호연합(NABU)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모빌리티 전환 연맹’의 닐스 뢰스터 운송 정책 책임자가 연맹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멸종위기종 보호가 탄생의 목표였던 NABU는 오늘날 독일의 공공교통 정책에도 적극 참여한다. NABU는 2019년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모빌리티 전환 연맹’을 결성했다. 회원 100만 명 수준의 대형 연맹으로, NABU뿐 아니라 노동·복지단체 등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로 구성된 연합체다. 독일 내 화력발전소 철폐 운동을 성공으로 이끈 뒤 이뤄진 후속 움직임으로, 모빌리티 전환이 기후변화 대응책의 일환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연맹 결성을 기획했다.
국제신문은 지난 11일 ‘독일교통정책연구팀’과 함께 연맹의 운송 정책 책임자 닐스 뢰스터(Nils Loster) 씨를 만나 연맹이 독일 교통 정책에 참여하는 방식과 과정을 살펴봤다. 독일교통정책연구팀은 국내의 교통 관련 시민사회·학계와 독일 ‘정치+정치문화연구소’(소장 이진)로 구성된 정책 연구 조직이다. 이들은 독일티켓 등 현지의 교통 정책의 탄생 과정과 함의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0일~21일 독일 현지를 찾았다.
연맹 결성은 NABU가 주도했지만, 연맹의 목소리는 독일 시민사회 전반의 공통된 견해에 기반한다. 뢰스터 씨는 “우리 연맹은 독일 시민사회를 대표한다. 모든 단체가 동의하는 합의제 방식으로 공동의 성명을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력 방식은 자연스럽게 각층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포괄적·구체적 성명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인 터라 대중교통으로의 정책 전환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뢰스터 씨는 “교통 전환은 고용과 노동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노동 단체들의 입장이 중요하게 고려된다”며 “전기차나 배터리 산업으로 노동자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직업 재교육 및 노동 시장 전환 방안을 성명서 등에 포함하려고 한다. 연맹 내에는 기후 정책에 더 급진적인 입장을 가진 단체도 존재하지만, 모든 단체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고 말했다.
달리 말해, 연맹과 같은 조직이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속하려면 해당 단체의 ‘색깔’만을 앞세워선 안 된다는 것이다. 뢰스터 씨는 “각 단체는 자신들의 경험과 주제를 공유하며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한다. 성명서를 발표할 때에도 노조와 환경단체 간 입장 차이가 생기면 이를 조정해 신뢰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앞선 성명서나 논의에서 특정 단체의 입장이 부족했다고 판단되면, 다음 기회엔 해당 이슈를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전했다.
합일된 견해를 바탕으로 연맹은 독일 정치권에 의제를 던진다. 그러니 정치권 또한 단순히 여러 주장 중 하나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된다. 뢰스터 씨는 “연방의회(한국의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공청회에 연맹이 시민 당사자로서 초청됐었다. 이런 자리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포맷이 형성돼 있다. 또 연맹이 주최하는 행사를 의회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관련 의원들에게 연맹이 의견을 피력할 채널을 만든다”며 “향후 정치인들과의 토론 영상 등을 포함해 정책 형성 과정에서 NABU가 맡은 역할을 각계각층에 전달하고, 대중교통 전환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독려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약한) 구동독 지역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하는 편지도 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