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소한 업체 대표 측 제청 수용
- 시행 3년 만에…헌재 판단 촉각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시행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합헌 여부를 판단받는다. ‘부산 중처법 1호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이 법률의 정당성 등을 헌법재판소에 묻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4-3부(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부산지역 건설업체 대표 A 씨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수용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판단하는 절차로, 사건을 맡은 법원이 대법원을 거쳐 헌재에 부친다. 해당 재판부는 부산지역 첫 중처법 기소 사례인 A 씨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이다. 중처법 합법 여부가 헌재에서 논의되는 건 법률 시행 뒤 처음이다.
사건은 2022년 3월 부산 연제구의 한 공사장에서 일어났다. A 씨의 업체는 B 사에 주차설비 단열 공사를 맡겼는데, B 사는 안전 확보 의무 이행 없이 작업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숨지게 했다. A 씨는 이듬해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에 항소한 그는 지난해 8월 과잉금지 원칙,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 위반을 주장하며 제청을 신청했다.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중처법이 시장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봤다. 민법은 ‘원청은 하청이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므로 이를 규제하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개별 공정을 전문기업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 대기업도 전 공정을 스스로 통제하지는 못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 원청이 하청보다 반드시 지위가 높다고 볼 수 없는데, 형사 책임은 원청이 모두 지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법률이 일부 면제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망사고 시 하청은 형량이 약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대신 적용받는 점을 짚었다.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한 책임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사고 책임자인 하청보다 원청이 더 큰 책임을 지는 건 평등원칙 위배라고 언급했다.
또 중처법상 안전 조치가 예방하려는 재해가 무엇인지 모호하며, 미필적 고의나 과실을 벌하는 규정인데도 형이 너무 중해 관련 조항이 자의적으로 해석·적용될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A 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우람은 “법률 시행 후 최초의 결정으로 현재 수사·재판 중인 사건은 물론 향후 법률을 적용하는 데도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