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한 아버지가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IYF 제공

- 초청 손님들 직접 잘라주며
- 덕담과 함께 작은 선물 전달

가난했던 시절, 한국에는 머릿니 때문에 까까머리 아이들이 많았다. 몽골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남자아이, 여자아이 구별 없이 머리를 빡빡 깎은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얼굴 생김새도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슷해 마치 우리의 옛 모습을 보는 듯 반갑기도 하고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몽골 아이들의 이런 까까머리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후흐 디잉 대흐 우르게흐 여스'라고 하는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풍습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날이라는 뜻이다. 몽골에서는 '대흐니 내르'라고 한다.

몽골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한번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다가 남자아이는 만 세 살 혹은 다섯 살,몽 여자 아이는 만 두 살이나 네 살이 되면 머리카락을 자르게 된다. 이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가 순탄치 않아진다는 전통적인 믿음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해가 되면 아이의 부모는 아이에게 맞는 좋은 날을 골라 머리 자르는 날로 정하고, 친척과 이웃을 초청해 현장을 지켜본다. 초청된 손님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아이의 머리칼을 조금씩 자르고, 아이의 행복을 비는 덕담과 함께 선물을 준다.

그런데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에는 반드시 '수'라고 부르는 흰 우유를 마셔야 한다. '수'는 '아롤'이라고 부르는 치즈, 몽골어로 '타륵'이라고 하는 요구르트 등 몇몇 하얀색 음식과 함께 몽골에서 신성시 여기는 음식이다. 이런 하얀 음식들을 몽골어로 '차강이데'라고 하며, 특별한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대흐니 내르'는 여러 날에 걸쳐 치러지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기 때문이다. 방문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돌아가면서 한 사람당 세 곡씩 부른다는 점이다. 노래를 다 부른 다음 마시는 '애락'이라는 말 젖으로 만든 음료도 꼭 석 잔을 마신다. 아이의 머리를 자르는 날은 이렇게 아이를 위한 흥겨운 잔치가 된다.

비록 어린아이는 까까머리가 어색하겠지만, 이날을 통해 아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리고 이 사랑이 아이를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할 것이다.

황유선 IYF 통신원/몽골 울란바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