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가 14일(현지시간)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 대사관 직원에 대해 추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위장해 활동하면서 러시아 정보기관 관계자를 포섭하려 시도한 CIA 요원 라이언 크리스토퍼 포글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외무부는 공보실 명의의 논평을 통해 FSB의 포글 체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의 활동을 냉전시절에나 있을 법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하고 신속한 출국을 요구했다. 외무부는 "양국 대통령이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정보기관 간 공조를 비롯한 두 나라 사이의 협력 확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루어진, 냉전시절에나 있을 법한 도발적 행위는 결코 상호 신뢰를 강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이어 포글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비우호인물)'로 지정했다면서 그의 조속한 귀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 마이클 맥폴 미국 대사를 초치해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FSB에 따르면 포글은 러시아 남부 북(北)캅카스 지역에서 반(反)테러 활동 전문가로 일하는 러시아 정보기관 장교에게 미국 정보원으로 일해 줄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포글은 그 대가로 연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약속하고 미리 선금조로 10만 유로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 크리스토퍼의 몸에선 특수 기술 장비와 포섭 대상에게 건넬 문서로 된 지령, 거액의 현금, 가발과 위장용 화장품 등이 발견됐다고 FSB는 설명했다. 포글은 체포 후 FSB에서 조사를 받은 뒤 미국 대사관 직원에게 인도됐다. 포글을 데리러 온 미 대사관 직원들은 FSB의 설명과 물적 증거물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스파이 사건은 이달 초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러시아 방문으로 한동안 심각한 갈등을 겪어온 미-러 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 터져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