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군중의 신원을 식별하는 새로운 감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최근 폭로된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에 더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이른바 '생체인식 광학 감시시스템'(BOSS·Biometric Optical Surveillance System)을 방산업체에 의뢰해 개발하고 있다.

BOSS는 비디오카메라에 컴퓨터를 연결, 군중을 스캐닝하면 이들의 신원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대통령 취임식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행사 현장에 테러 용의자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번화가에서 수배 중인 피의자를 찾아내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방산업체인 '일렉트로닉 워페어 어소시에이츠'(EWA)와 520만 달러(58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지난 2년간 BOSS 개발을 진행해 왔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이 회사는 켄터키주에 사무실을 두고 이 지역 내 루이빌대의 컴퓨터 전문가인 앨리 파라그의 연구실과 공동 작업을 해 왔다.

이런 내용은 정보인권 활동가 진저 매칼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해 NYT에 건넨 정부 문건과 참여 연구진의 인터뷰 등에서 드러났다.

문건에 따르면 BOSS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애초 군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등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투표소 등의 장소에서 자살폭탄 테러의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사전에 찾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2010년 BOSS의 사용 주체가 미국 내 경찰로 바뀌면서 담당 부처도 국토안보부로 넘어왔다.

이같은 신원확인 시스템 구축 시도는 지난 10년간 계속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안면인식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힘을 받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BOSS 개발은 특히 먼 거리에서도 신원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대상이 되는 인물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이를 3차원(3D)으로 변환, 데이터베이스 상에 있는 '요주의' 인물의 얼굴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가을 워싱턴주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에서 성능시험을 했으나, 바로 실제 운용에 들어가기는 어렵고 성능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용역을 맡은 업체가 "BOSS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NYT에전했다.

켄터키주를 지역구로 둔 미치 매코널 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010년 세출예산안에 힘을 쓴 덕에 이 회사가 BOSS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고 NYT는 덧붙였다.

정보인권분야 인사들은 이 같은 기술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정부를 규제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매칼은 "언제나 명분으로는 테러 대응이 내세워지지만, 이후 다른 목적으로 기술이 전용되곤 한다"며 "이 기술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진정으로 토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