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재 일본총영사관 인근에서 27일 반일 시위대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항의 표시로 전범인 도조 히데키와 아베 총리가 새겨진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 국기 위에 신발을 올려 놓는 반일 시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내각회의 앞당기고 인터뷰 취소
- 당일 오전 7시 신사 측에 통보
- 참배 1시간 전 韓·美·中에 알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 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동맹국인 미국의 경고, 최측근 각료의 만류, 연립여당 대표의 반대 등 3단계의 '저지선'을 차례로 뛰어넘은, 그야말로 '소신에 따른 계획적인 도발'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행을 결정한 데는 한·중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거둔 외교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한·중과의 관계는 이미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일본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처음 야스쿠니 참배를 검토한 것은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출범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비서관들을 대동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이마미 다카야 수석 비서관이 "그러다간 내각이 사흘 만에 망한다"며 강하게 만류, 계획을 접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는 10월 야스쿠니 가을제사를 즈음해 참배를 '결심'했다고 산케이 신문 등이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10월17∼20일) 전후에 지인 몇 명과 식사를 한 뒤 한 참석자가 '야스쿠니 참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연내에 반드시 참배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24일자 요미우리 신문에는 아베 총리가 이미 추계 제사 때 참배하려는 의향을 주변에 밝혔지만, 최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제사 개시전날(10월16일) 총리 공관을 급거 방문, 마지막 순간에 제동장치를 밟은 것으로 보도됐다.

당시 아베의 야스쿠니행에 대한 주변 참모들의 의견이 엇갈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참배 쪽으로 기울었지만 스가 장관이 당시 불어닥친 태풍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후 아베 정권은 11월 에토 세이이치 총리 보좌관을 미국에 파견, 야스쿠니 참배 때 미국에서 나올 반응을 탐색했다. 당시 에토 보좌관의 공식적인 방미 목적은 북한 정세에 대한 의견교환이었지만 스가 장관으로부터 야스쿠니와 관련한 분위기를 파악해 오라는 '밀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에토 보좌관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는 답을 들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국까지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베 총리는 참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참배 전날인 25일 아베 총리는 26일 예정돼 있던 내각회의(각의) 개최 시간을 1시간여 당긴 오전 9시20분으로 변경하고, 그에 이어질 인터뷰 계획도 취소함으로써 참배에 필요한 2시간을 마련했다. 야스쿠니 신사 측에 '간다'고 통보한 것도 당일인 26일 오전 7시였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도 참배 1시간여 전인 오전 10시20분 전후로 참배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이례적으로 외무성 당국자가 아닌 스가 장관이 이병기 주일대사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에게는 당일 아침에, 연립여당 대표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에게 불과 참배하기 약 30분 전인 오전 11시께 전화로 통보했다. 도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