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정부 공개발언 수위 높아져

수니파 반군의 득세로 이라크 중앙정부의 입지가 약화된 틈을 타 독립국가 설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 정치지도자의 공개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독립국가 실현의 염원을 정치적 수사로 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급기야 이라크 중앙정부 체제를 포기해야 할 때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쿠바드 탈라바니 쿠르드자치정부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와 미국의 군사 행동이 아닌 중앙집권 체제를 해체하는 협상으로만 현재의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한 중앙정부가 이라크를 통치할 수 있다는 개념을 잊어버려야 한다"며 이라크 중앙정부의 '통제불능' 상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수반이 지난달 23일 CNN에 했던 "쿠르드인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는 언급과 비교하면 구체성과 강도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취임한 지 한 주밖에 되지 않은 부총리가 서방언론을 통해 이라크 중앙정부의 존폐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쿠르드자치정부 내부의 독립국가 설립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정치적 지형은 그리 불리하진 않다. 수니파 반군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장악한 지역이 쿠르드 자치지역인 이라크 북부 3개 주와 바그다드의 중간 지대인 탓에 지리적 요인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하고 있다. 특히 쿠르드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지배력 상실로 통제하에 두게 된 키르쿠크 지역은 석유자원이 풍부한 곳이어서 독립국가 설립시 정부 재정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

이스라엘도 거들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무력충돌을 중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쿠르드족 독립국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비록 시아파 이라크 중앙정부를 지원하는 이란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지만 쿠르드 자치정부의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