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속출해 주위를 안타깝게하고 있다.

호주 언론은 지난 3월 발생한 MH370기 실종 사건으로 아들 부부를 잃었던 퀸즐랜드 주에 거주하는 아이린·조지 버로우스 부부가 이번에는 MH17기 피격 사건으로 의붓손녀 부부를 잃는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고 18일 보도했다. 의붓손녀 부부는 한 달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불과 4개월 전의 큰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천청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유럽 휴가 후 귀가 중이던 서호주 퍼스의 기업인 닉 노리스(68)도 모(12)·에비(10)·오티스(8) 등 어린 손주 3명과 함께 사고기에 탑승했다가 불귀의 객이 됐다. 

말레이 나집 라작 총리의 의붓할머니도 이번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의 외할아버지의 둘째 부인 시티 아미라(83)는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한 뒤 고향인 인도네시아로 갈 예정이었다. 라작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개인적으로 MH17기 탑승자의 가족들과 슬픔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반면 좌석이 없었거나 탑승권 날짜를 바꾼 덕에 목숨을 건진 사례도 전해졌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사는 배리 심 씨 가족은 항공기의 탑승권을 예약하려 했으나 빈 좌석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중에 출발하는 네덜란드 KLM 여객기를 예약했다. 이들 부부는 말레이 여객기 추락 소식을 듣고 "택시 안에서 울었다. 제2의 삶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로 신혼여행을 갔던 애들레이드 출신 마케팅 전문가 시모네 라 포스타와 그의 남편은 애초 사고기를 예약했다가 월요일 출근 일정을 고려해 하루빨리 귀국하는게 낫다는 생각에 일정을 변경,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호주 언론은 덧붙였다.

네덜란드인으로 말레이의 한 사이클팀 소속인 마르텐 드 종(29)은 MH17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편이 더 싸다는 생각에 사고기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서 지난 3월에도 실종된 여객기를 탈 뻔했지만 다른 항공편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최근 네덜란드 사이클 경기에서 35위의 성적을 거둔 드 종은 "다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말레이항공편을 이용해 돌아갈 것"이라며 "너무 걱정하면 아무데도 갈 수 없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MH17기에 탑승한 에이즈 전문가의 수가 6명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국제에이즈학회(IAS) 회장은 19일 "호주와 말레이, 네덜란드 당국에 각각 확인한 결과 사고기에 탑승한 IAS 동료는 6명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20일 호주서 열리는 IAS 회의 참석을 위해 전문가 108명이 사고기에 탑승했다고 현지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호주 페어팍스 통신을 인용해 회의에 참석하려던 100여 명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