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만에 날아든 장기 휴전 소식에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가자 주민들은 대체로 휴전을 승리로 받아들이고 기뻐했다. AP 연합뉴스

- 가자봉쇄 ·하마스 무장 해제 등
- 핵심쟁점 의견차 불씨도 남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 50일 만에 2200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가자지구 사태의 장기휴전에 합의했다.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는 이날 외무부 성명에서 "26일 오후 7시(GMT 16시)를 기해 휴전이 공식 발효했다"면서 "무력 사용 중단과 동시에 가자지구 국경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과 재건을 위한 구호물품, 건설자재의 반입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연안에서 제한했던 어로작업을 6해리 바다까지 허용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유엔은 이날 무기한 휴전 합의를 환영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휴전 합의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가자지구에서 실시될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휴전 합의를 환영하면서 "이번 합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대체로 휴전을 승리로 받아들이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포를 쏘며 다시 찾은 일상의 기쁨을 나누며 환호했다.

지난달 8일 교전이 시작된 이후 유엔과 미국, 이집트의 중재에 따라 양측이 여러 차례 합의했던 한시적 휴전보다는 상당히 진전됐지만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한 휴전인 것은 옥에 티다.

이번 합의안은 2012년 11월 벌어진 '8일 교전' 당시 합의한 휴전 방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합의안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하마스는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에 양측이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핵심 쟁점은 한 달 안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하는 데 그쳐 휴전 합의 파기의 불씨를 완전히 끄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양측은 지난 5일 72시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하고 장기 휴전 협상을 벌였지만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전을 재개한 것을 시작으로 휴전 합의와 파기를 되풀이해왔다.

이스라엘 관리는 한 달 안에 이집트의 중재로 시작할 협상에서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하마스의 무장 해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2007년부터 무기와 군사장비가 하마스에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2012년 합의안에서도 봉쇄 조치의 점진적 완화를 약속했으나 거의 풀지 않았으며 이집트 군부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무역로인 땅굴도 대거 파괴해 가자지구는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상태다. 아울러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요구대로 무장 해제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기도어렵다. 따라서 내달 중 시작할 협상에서 양측이 오랜 기간 팽팽하게 대립한 쟁점을 타결하지 못하고 협상을 마친다면 무기한 휴전의 기한도 종료될 수 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