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뜻밖 결정에 "모욕" 성토
- 아세안, '자금조달 기회' 반겨
- 정부, 금명 참여여부 발표 전망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이 지구촌 핫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상반된 인식이 이들 국가의 매체를 통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매체는 AIIB 창설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이에 참가한 유럽 동맹국들을 비판한 데 반해 아세안과 동남아시아 언론들은 적잖은 기대감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매체의 경우 한국과 호주의 향후 가입도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AIIB 문제에 더 신속히 대처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NYT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은행에 유혹당하는 미국 동맹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우방들이 백악관의 간청에도 AIIB로 몰려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NYT는 AIIB에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참가를 선언한 데 이어 호주와 한국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2차대전 후 미국과 함께 국제 경제질서를 건설했던 유럽의 경제대국 조차 중국이라는 새로운 '골드러시'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특히, 영국의 결정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하고, 국가주도적이며, 규제를 적게 받는 국가의 하나인 중국과 서둘러 손을 잡음으로써 미국이 압박하는 투기거래에 대한 통제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영국식 거래 방식을 보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NYT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국외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에 미국과 서방국이 더 잘 대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 의회도 중국을 포함한 IMF 회원국의 투표권을 공평한 방향으로 바꾸는 법안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문제를 잘못 처리했다면서, AIIB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앞서 동맹국들과 이 은행의 지배구조 등을 미리 협의한 후 중국과 협상한 뒤에 나왔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반해 AIIB에 대한 아세안의 기대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22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아세안은 20∼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열고 AIIB가 회원국에 더욱 많은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아세안 회원국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10개국으로 모두 AIIB에 참여한다.

아세안은 2012년 자본금 4억8500만 달러(5500억 원)로 아세안인프라펀드(AIF)를 만들었지만, 개발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동남아 지역의 도로, 철도,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연간 600억 달러(67조6천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금 500억 달러(56조3000억 원)로 출범할 예정인 AIIB는 아세안 국가들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의 후스니 모하마드 하나즐라 재무차관은 "AIIB 설립으로 아세안 회원국의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재원 조달의 기회가 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 AIIB 참여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