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안보법제 정비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집단 자위권(우방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의 허용 가능 사례를 확대함으로써 논란을 야기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일반적으로 해외 파병은 용인되지 않는다"며 타국 영역에서 전투행위 목적의 무력행사는 안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헌법 해석을 변경하면서 표명한 '집단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 개념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아베 총리는 국회 발언에서 '예외' 사례를 잇달아 언급했다. 국회의 실질적인 법안 심의 첫날인 27일 중의원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일본 주변에서 분쟁이 발생, 공해상에서 공격당한 미군 군함을 보호할 필요가 생겼을 때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행사가능한 사례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분쟁국의 영해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일본의 원유 수송로인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제거 활동에 자위대가 예외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가 처음에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고 했던 해외 무력 행사의 예외적 허용 사례가 속속 거론되자 앞으로 그때그때의 정권에 의해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 28일자는 "예외 사례가 누적되면 해외에서의 무력행사가 '일반화'하고 전수방위의 이념은 갈수록 형해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27일 국회에서 "전수방위의 생각은 전혀 변함없다"고 주장했다. 전수방위는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서의 무력행사를 불허한 헌법 9조에 입각한 일본 안보 정책의 기본 이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