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캐나다 한인사회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1995년 10월 중순 한국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캐나다를 국빈 방문했다. 캐나다 교민사회는 지금도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이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캐나다를 방문해 장 크리티엥 연방총리와 회담을 갖고 경제와 사회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많았다. 교민사회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한국과 캐나다의 운전면허 교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는 한국 면허증을 가져오면 캐나다 정부기관에서 곧바로 현지 면허증으로 바꿔준다. 당시 주3회 운항에 불과하던 서울과 캐나다의 항공노선은 김 전 대통령 방문 이후 주 6회로 증편됐다. 한국과 캐나다가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YS 방문 이후다.

수도인 오타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총독 관저 인근에 심은 김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도 새삼 화제가 됐다. YS는 캐나다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심었고 지금도 잎이 무성하다. 반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는 가지가 적고 빈약해 대조를 이룬다. DJ의 기념식수는 령리나라에서 나무를 옮겨 심었기 때문에 잘 자라지 못 한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오타와 주캐나다대사관과 토론토영사관 등에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하지만 분위기는 너무나 적막했다. 토론토영사관의 경우 분향소를 연 사흘간 조문객은 100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에 고작 30명가량이 다녀간 셈이다. 한 외교관은 "토론토에 한인 약 12만 명이 살고 있는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그나마 조문을 한 교민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장년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마도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가운데는 상당수가 이민 온 지 오래된 경우가 많아 모국에 대한 관심이 낮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분석도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이 이곳에서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토론토 교민사회의 진보와 보수 세력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국정교과서 논란에 가세했다. '종북 좌익세력'이나 '친일 은폐, 역사 왜곡' 등 거친 말도 주고받았다.

YS 분향소를 찾은 교민의 숫자만 갖고 추모 열기가 낮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정치 사회적 논란에 대해서는 치열한 공방을 펼치는 교민사회가 전직 국가원수의 마지막 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아쉽다. 더구나 캐나다 교민사회를 위해 여러 업적을 남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어쩌면 YS가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 교민들에게 "떠나온 조국 생각은 잠시 접고 이곳에서 잘 정착해 현지화에 더 노력하라"고 당부했다는데, 그런 그의 주문을 이곳 교민사회가 잘 따랐기 때문인가.

allell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