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지역 주민들 거리서 생활

- 숨졌다고 관까지 준비했는데
- 50대 남성 40시간 만에 생환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에 따른 사망자가 525명으로 늘었고 실종자 수도 1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재해 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시점인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났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도 실종자 구조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페데르날레스에서 강진으로 대피 중인 피난민들에게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구호 물품을 건네주고 있다. 연합뉴스

■더딘 구조에 분노 폭발

AFP통신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디에고 푸엔테스 에콰도르 내무차관이 "실종자 명단에 오른 2000여 명 가운데 지금까지 찾은 사람은 300명"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 사망자는 480명이며 부상자는 2560명"이라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운데 상당수는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가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도 적지 않다. 피해 현장을 둘러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포르토비에호와 만타 등 도시가 이번 지진으로 거의 파괴됐다"며 구조작업이 이뤄질수록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구조 작업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더딘 당국의 구조 작업에 분노를 쏟아내는 시민도 있었다. 페드루 메루는 "사촌이 3층 건물의 잔해 아래 깔려 있다"며 "(지진이 발생한 지난주) 토요일 밤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구조 작업이 매우 느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더딘 구조작업에 더해 끝나지 않은 여진의 공포에 고통받고 있다. 강진으로 1500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으며 집을 잃은 1만8000여 명이 긴급 대피 장소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긴 집이나 거리에서 잠을 자며 음식과 담요 등 구호물품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에콰도르 북부 항구 도시 무이스네에서 서쪽으로 25㎞, 수도 키토에서는 서북서쪽으로 214㎞ 떨어진 해저에서 20일 또다시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규모 7.8 강진이 일어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진원의 깊이도 15.7㎞로 얕은 편으로 관측됐다.

■극적 생환도 잇따라

극적인 생환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포르토비에호의 5층짜리 호텔 엘가토에서 일하던 파블로 코르도바(51)는 호텔이 붕괴하면서 건물 잔해에 깔린 지 4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건물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고, 코르도바의 아내는 남편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까지 구입했던 아내는 그러나 지진 발생 3일째인 18일 오후 "살아있다"는 남편의 휴대전화 연락을 받게 됐다. 아내의 신고를 받고 곧장 출동한 구조대는 탐지견과 탐지기를 동원해 잔햇더미 아래에서 코르도바를 찾아 3시간 만에 구출했다.

구조 후 코르도바는 "시멘트 바닥과 머리 사이에 이만큼의 공간이 있었다"고 손바닥만큼의 길이를 보여주며 "침착하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그는 기도하고,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40시간 가까이 숨 막히는 어둠과 열기 속에서 보냈다. 자신의 소변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