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브룬힐데 폼젤(105)은 나치 정권에 가장 근접한 마지막 생존자다. 최근 뮌헨 국제영화제에서는 30시간에 걸친 폼젤과의 대화를 간추려 다큐멘터리 영화 '독일의 삶'을 공개했다.

폼젤은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 요제프 괴벨스 옛 나치 정권 선전장관의 여비서로 일했다.

사무실에 출근해 '가장 빠른 손놀림'으로 비서로 발탁됐다.

폼젤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치 선전부의 핵심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치를 둘러싼 각종 수수께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폼젤은 "아무도 우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며 "모든 일은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폼젤이 속한 비서진은 괴벨스가 사무실에 도착했다는 사실만 알 뿐, 그의 모습을 일과 중 볼 수 없었다. 다만 괴벨스 집무실로 통하는 문으로 괴벨스에게 궁금한 것을 묻거나, 괴벨스에게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등을 알려주는 정도였다.

폼젤은 상사 괴벨스를 "키가 작지만 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괴벨스는 항상 최고의 옷을 갖춰 입고 매일 매니큐어를 바르는 등 손을 단정하게 꾸몄다.

사무실에서는 항상 친절하던 괴벨스의 평소 모습과 상반된 장면을 보게 된 것은 1943년 2월 총력전 연설 현장에서다. 폼젤은 점잖은 괴벨스가 분노에 휩싸여 절규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폼젤은 원래 라디오 방송국에서 괜찮은 보수를 받으며 비서로 일했다. 그러던 중 31살 되던 1942년 추천을 받아 나치 선전부로 옮겼다.

그는 "이직이 방송국에서 가장 손이 빠른 타이피스트로 일한 보상이라는 생각에들떴다"며 "급여 명세서를 보면 세금이 면제되는 수당이 많아 당시 친구들보다 수입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1945년 나치 패망을 기점으로 폼젤의 안정적인 직장 생활도 멈췄다. 이후 그는 소련 특별 감옥에서 5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감옥에서 집으로 돌아오고서 비로소 유대인 학살이 자행된 홀로코스트의 실체를알게 됐다고 한다.

폼젤은 "나치 등장 이후 온 나라가 주문에 걸렸던 것 같다"며 "나치에 맞서 싸우겠다는 이상주의를 지닌 요즘 젊은이들은 당시였다면 목숨이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력을 잃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폼젤은 "세상이 그때처럼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에 매달린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