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 "신은 위대하다" 구호 외쳐
- 양국, 관계 악화 차단에 주력
- 수사 결과 따라 대립 우려도

시리아 내전의 주요 이해 당사국인 러시아와 터키가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살 사건으로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게 됐다. 19일 터키 수도 앙카라의 공개 행사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를 저격한 범인은 경찰관 출신의 22세 청년으로, 현장에서 사살됐다. 단독 범행인지 배후 세력이 있는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모두 터키 당국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과제다.

	19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한 사진전시회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주터키 러시아 대사(바닥에 쓰러진 남성)를 쏜 터키 남성이 소리를 지르며 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양국은 사안의 폭발성과 정치적 무게를 의식해 관계를 악화시키고 시리아 사태 해결을 방해하려는 테러행위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수사결과에 따라 외교·군사적 후유증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건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양국 관계 정상화와 시리아 사태 해결에 차질을 주려는 목적의 도발"이라며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도 양국이 대결의 길로 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설명했고, 터키 외교부는 양국 관계가 이 사건으로 영향받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카를로프 대사가 저격당하기 수일 전부터 터키에서는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 지원과 알레포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불만을 품은 범행으로 일단 비쳐진다. 그런데도 카를로프 대사 저격을 단독 범행으로 단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범인이 이슬람 지하드 운동 단체원들이 사용하는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시리아를 들먹인 것으로 미루어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나 이슬람국가(IS) 대원이거나 적어도 동조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범행 동기나 연계 세력의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확인된 사실이 없고, 범행 책임을 주장하는 단체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시리아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터키에 강한 적대감을 품는 단체들이 역내에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대사 피살사건은 과거 수 세기 동안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며 굴곡이 심한 양국 관계에 주름을 더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 강력히 반발했고, 지난 6월에는 터키군이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해 위기가 절정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