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 일부도 "피해 입었다"
- 업무 재개 월요일 확산 우려 커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100여 개 국에서 악성 프로그램의 일종인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각국 IT 보안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경우 기업체를 중심으로 감염 피해가 속속 파악되고 있어 당국과 업계가 보안 패치 등을 긴급 배포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에 유포된 랜섬웨어는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속만 해도 감염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랜섬웨어 공격으로 러시아 영국 우크라이나 대만 한국 등지에서 기업과 정부 기관의 업무가 마비되거나 차질이 빚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에서는 수도 런던과 제2의 도시 버밍엄, 노팅엄과 컴브리아 등지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병원들이 공격을 받아 각종 전산 시스템이 중단됐다. NHS 산하 40여 개 병원이 환자 기록 파일을 열지 못하는 등 진료에 차질을 빚거나 예약을 취소했다. 러시아에서는 내무부 컴퓨터 1000대가, 중국의 경우 일부 중학교와 대학교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보안업체들은 이번 공격으로 13만 개의 시스템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는 자사 컴퓨터의 윈도 운영체제에 악성 소프트웨어 감염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 대변인도 "이번 공격으로 영향을 받았다"면서 "지난밤부터 공격에 대응하는 등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인 '랜섬웨어'는 컴퓨터 사용자의 중요 파일을 암호화한 뒤 이를 푸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해커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의 취약점을 악용, 일명 '워나크라이(WannaCry)'라는 이름의 랜섬웨어를 유포했다. 이들 해커는 자신들이 암호화한 파일을 다시 복구해주는 조건으로 최대 600달러(68만 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가상화폐)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이날 오후 현재 국내 기업 6곳이 KISA에 랜섬웨어 관련 문의를 했고, 이 중 4곳이 "실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랜섬웨어 유포 시점이 한국 시간으로 주말이었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업무가 재개되는 월요일(15일) 이후 국내에서의 감염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KISA는 감염 경로와 예방법을 담은 '랜섬웨어 공격 주의 공지문'을 보안 전문 사이트 '보호나라'(www.boho.or.kr)에 올렸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