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임시 정부 총리로 카를로 코타델리 전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를 지명해 ‘무정부 상태’ 수습에 나섰다. 이는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가 내각 구성권이 거절 당하자 전격 사퇴한 뒤 사흘만이다.

단호한 표정의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ANSA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의석수가 가장 많은 정당에서 총리를 뽑고 정부를 구성한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은 정당이 없었다. 이에 연립정부를 꾸리기 위한 협상이 계속됐고 얼마 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파 ‘동맹’당이 연정에 합의하고 법학 교수 출신 콘테를 총리 후보로 올렸다.

그러나 콘테 지명자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내각 명단에 포함된 파올라 사보나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반 유럽연합(EU)’ 성향이라며 거부하자 총리 후보직에서 27일 전격 사퇴했다. 결국 이탈리아는 12주째 각 부처 장관과 총리가 공석인 상태다.

친 EU 성향의 마타렐리 대통령은 반복해서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사보나를 이탈리아 경제 수장에 임명하면 시장과 주변국의 불안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왔다.

이제 새로 지명된 코타렐리가 내각 명단을 제출해도 집권이 좌절된 것에 분노하고 있는 ‘오성운동’과 ‘동맹’ 연정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 자명해 정국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총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당초 9월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오성운동’과 ‘동맹’이 가능한 빠른 시기를 주장하고 있어 올여름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현재 포퓰리즘 세력의 기세가 강해져 두 정당의 합계 의석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탈리아를 바라보는 EU와 세계 금융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금융 시장이 심하게 요동쳤고 시장 심리의 지표인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사보나 경제장관 기용설에 한때 217bp까지 치솟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큰 폭으로 빠졌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 역시 이탈리아 국채 등급이 현행 ‘Baa2’에서 ‘Baa3’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 금융도 흔들리고 있다. 이탈리아 정국 혼란으로 투자자들이 유로화 대신 미국 달러와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르고 있다.

지난밤 유럽 주요국 증시가 크게 하락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58%, 1.16%, 0.5% 내렸다.

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3%를 웃돌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7%까지 떨어지는 등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