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모진, 퇴원 후 상태 악화 경고

- 여론조사 6개 경합주 모두 뒤져
- 선거전 공격적 승부수 띄울 듯

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 3일 만인 5일(현지시간) 오후 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퇴원해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헬기 계단을 내려서고 있다. 이어 백악관 블루 룸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고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왼쪽부터). AFP·UPI·AP·EPA 연합뉴스

11월 3일 선거일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병원을 벗어남에 따라 어떤 행보와 메시지로 득표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백악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제한된 선거운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폭발력 있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8분께 입원해 있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 문을 나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이동한 뒤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그는 앞서 퇴원 계획을 알린 트윗에서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백악관 복귀 직후 올린 영상에서도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한 뒤 “우리는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그곳에서 나와라”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의료·보건전문가와 장기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이 격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같은 날 전했다. 코로나19에 직접 걸려 각성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설득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본 방역 수칙을 무시하라고 부추기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복귀하자마자 논란에 휩싸여버린 것이다.

해럴드 슈미트 펜실베이니아대 의료윤리 보건정책학과 교수는 NYT에 “할 말이 없다. 미쳤다”며 “그저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윌리엄 섀프너 밴더빌트 의대 감염병 전문의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지지자들에게 안전을 지킬 기본 방역수칙을 무시하라고 부추기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더 태평한 행동으로 이어져 코로나19가 더 전염되고, 병이 확산해 더 많은 죽음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서 코로나19는 급격히 재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평균 4만3586명으로 2주 전보다 6% 늘었다. 하루 사망자는 720명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만류와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도 퇴원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참모진이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몸이 좋아지고 있다며 퇴원을 주장했지만, 참모들은 상태가 악화해 다시 입원할 경우 건강은 물론 선거전도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서두른 것은 오는 11월 3일의 대선을 불과 29일 앞두고 선거전을 의식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막판 추격으로 반전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병원에 발이 묶인 채로는 제대로 선거전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등 11월 대선 승패를 쥔 경합주(州) 대다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 실시해 5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경합주 가운데 한 군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위스콘신주에서 50%대 44%로 6%포인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선 각각 50%대 45%와 49%대 44%로 5%포인트, 애리조나주에선 47%대 46%로 1%포인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섰다. 나머지 플로리다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선 두 후보 지지율이 47%로 같았다. 연합뉴스